중고거래 플랫폼이 그려가는 케이팝 팬 이야기, 기획사가 놓친 것

케이팝 팬덤의 문화와 경제 활동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돌 응원봉, 포토카드, 인형, 키링 등의 공식 상품들이 중고거래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팬들의 자발적 소비·재생산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거래 건수를 기록한 카테고리는 '보이그룹 굿즈'였다. 이는 2위의 '피규어', 3위의 '남성 의류 상의'를 압도적으로 앞선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번개장터의 즐겨찾기 기능이 실제 거래와 상관없는 욕망의 증표가 된다는 것이다.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2024년 즐겨찾기 설정 순위 5위에서 2025년 3위로 상승했으며, 이는 버추얼 아이돌의 기세를 입증하는 지표다. 2025년 20~30대 이용자가 가장 많이 실거래한 보이그룹 굿즈는 플레이브와 록밴드 '데이식스'였으며, K-밴드의 유행과 중고거래량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무대로도 확산되고 있다. 번개장터의 글로벌 서비스 '번장 글로벌'에 접속하면 국외 이용자들을 위한 '케이-위키' 용어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한국 팬들이 중고거래 게시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쓰는 용어들이 수록돼 있다. 국외 팬들은 'geupcheo'(급처: 급처분), 'neutdeok'(늦덕: 아이돌 데뷔 초반이 아닌 활동 중 늦게 입덕한 팬), 'kulgeo'(쿨거: 쿨한 거래), 'geopha'(거파: 거래 파기) 같은 용어들을 통해 한국 중고거래 문화를 학습하고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팬 시장의 성장을 정작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2026년 미래 전략 발표에서 케이팝 팬덤을 위한 사업 방향으로 IP(지식재산) 사업 전략을 강조했다. 공연장 내 다양한 이벤트 제공, 온라인 줄서기와 선주문 기능 강화, 아티스트 MD(머천다이즈) 구매 편의성 개선이 주요 내용이었다. SM은 MD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로 정의했다.
라이즈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 '위 리틀 라이즈'를 예로 들면, 팝업스토어에 1만2천 명 이상이 방문했고 후속 앨범 수록곡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다. SM이 자부하는 대표적 IP 활용 사례들이다. 그렇지만 SM이 제시하는 미래의 IP 전략은 끝까지 팬이 아닌 공급자의 시각에만 머물러 있다. 팬 경험의 개선을 언급하면서도 현재 그 경험의 맥락과 한계를 진단하는 시도는 없는 것이다.
현재의 번개장터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IP를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공간이 되었고, 국외 팬덤과의 접촉점을 늘릴 방안을 직접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는 여전히 시장에 상품을 대량 공급하는 전통적 접근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고거래 서비스가 알아차린 팬 문화의 진화를 기획사는 아직 놓치고 있다.
발행·편집 책임: 국기봉 · KPOP Signal 편집국이 기사는 확인된 소재를 바탕으로 AI 가 작성했으며 게시 전 자동 검증을 거쳤습니다. 사실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AI 이용 고지 · 정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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