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응원봉, 민주주의 시위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

과거 '촛불 시위'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국민들이 이번엔 K-팝 응원봉으로 축제 같은 새로운 시위 문화를 선보였다.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거리를 물들이며,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한국 민주주의 미래의 희망을 보여준다는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AP통신은 "이번 달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에 K-팝 응원봉, 크리스마스 조명, 심지어 산타클로스 복장까지 등장했다"며 "젊은 시위대는 전통적으로 음악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K-팝 응원봉을 들고 거리를 점령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 시위의 새로운 트렌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AP는 또한 "평소 은행가들로 가득했던 국회의사당 앞 여의도 금융가가 빛의 바다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를 동반한 부모나 연인, 노인 주민 단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드는 등 시위는 정치 시위가 아니라 K-팝 콘서트처럼 느껴졌다"고 보도했으며, "탄핵 촉구 집회에 모인 군중들은 최근 몇 년간 전형적인 정치 시위보다 젊어졌다"고 평가했다. BBC는 "수많은 반(反)윤 시위대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토요일 저녁 국회 밖에서 노래를 부르며 축하했다"며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 밖에 모였다"고 전했다. 미 코네티컷주 웨슬리언대학의 조앤 조 동아시아학 교수는 "이러한 추세는 주목할 만 하고 고무적"이라며 "한국의 젊은 세대가 무관심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상반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참여와 헌신은 한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2030 여성 중심의 K-팝 팬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누구보다 빠르게 광장으로 달려 나왔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날씨에도 추운 바닥에 앉아 K-팝을 듣고 부르며 국회의 탄핵 표결을 기다렸다. 핫팩과 보조배터리, 물과 간식 등 추운 날 야외 시위에 필요한 물품들은 사실 K-팝 팬들이 콘서트장에 갈 때 챙기는 물건과 다르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서 울려퍼진 노래는 2세대 K-팝 아이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집회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G드래곤의 '삐딱하게' 외에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수퍼노바', '위플래시' 등 현 2030 세대가 즐겨 부르는 곡들이 주로 선택되었다. K-팝 팬덤 특유의 조직적인 문화도 시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1차 탄핵 표결 후에도 마지막까지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을 지키는 2030 여성들의 모습은 마치 '최애'의 퇴근길을 지키는 모습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은 "2030은 팬덤 활동을 통해 이미 집단으로서의 움직임, 사회적 행동을 경험한 세대"라며 "그런 경험이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반응해서 나가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탄핵 2차 표결 전날 서울 여의도 인근의 식당, 빵집에 집회에 가는 팬들이 먹을 수 있도록 빵과 국밥, 떡, 음료 수백 잔을 선결제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 중인 그룹 뉴진스도 '버니즈(뉴진스 팬덤)와 K-팝 팬 여러분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며 김밥, 냉면, 삼계탕 등을 선결제했다. 아이돌 멤버 이채연은 팬들과의 소통 플랫폼에서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정치) 언급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다.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고 말했다. 시위에 나선 케이팝 팬들은 "우리들은 언제나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며 "단지 이번 기회에 사회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라 입을 모았다. 팬들은 특히 케이팝 팬덤이 비단 아이돌을 응원하는 사람들로만 분석되는 것이 아닌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움직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도 김진태 위원(현 강원도지사)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 이후 케이팝 팬들이 자발적으로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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