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산업 성장 뒤 팬 처우는 제자리…과잉 경호·과도한 검색·높은 가격에 '탈케' 움직임

K팝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산업의 주체적 소비자인 팬들의 처우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획사들의 매출이 조 단위로 증가했으나,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이돌 음악이 대중문화의 변방에 있던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공항과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과잉 경호 사건들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이넥스트도어의 경호원이 공항에서 여성 팬을 손으로 거세게 밀쳐 넘어뜨린 사건을 비롯해, 2월에는 NCT드림 경호원이 인천공항에서 30대 여성 팬을 밀쳐 전치 5주의 늑골 골절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엔팀 팬사인회에서 스마트워치 소지 여부를 이유로 스태프가 과도한 몸수색과 속옷 검사 등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피해 팬은 "너무 수치스럽고 인권이 바닥 된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제로베이스원 멤버 김지웅의 팬사인회 영상에서 욕설을 들었다는 팬의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K팝 산업의 고질적인 팬 차별 문화에서 찾고 있다. K팝 칼럼니스트 최이삭은 "현장에서 팬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며, "대다수가 젊은 여성인 K팝 팬들을 함부로 대하는 공기가 국내 엔터업계에 고질적으로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팝 산업의 부끄러운 이면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팬 처우 악화는 유료화된 팬서비스와 급증한 굿즈 가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은 월 4,500원의 구독료로 아티스트와의 프라이빗 메시지 소통을 제공한다. 20년 이상 덕질을 해온 한 팬은 최근 '탈케'(탈K팝) 선언을 했는데, "K팝 신곡이 나올 때마다 뮤직비디오, 음악방송, 직캠, 자체 콘텐츠, 라이브 소통, 콘서트까지 챙기느라 친구 만날 시간이 없을 정도였고, 요즘엔 모든 게 유료화되고 티켓값도 너무 비싸졌다"고 호소했다. 한편 팬덤의 항의 방식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통적인 트럭 시위를 넘어 최근에는 근조화환 시위까지 등장하고 있다. 알파드라이브원 멤버 건우 논란을 계기로 일부 팬들이 퇴출을 요구하며 진행한 근조화환 시위에서 25일 오후 2차 시위 당시 600만원이 모여 70곳의 근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근조화환은 트럭이 '입장 표명'을 요구하던 것과 달리, 멤버 퇴출 또는 관계 단절을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근조화환 시위의 배경으로 '개별 팬덤의 강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케이팝 시장은 특정 멤버를 중심으로 한 개별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 구조"라며, "그룹에 리스크가 된다고 판단되는 멤버를 정리해야 한다는 실리적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법적 판단이나 사실관계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덕적·윤리적 기준으로 먼저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팬덤의 권리 의식 강화는 긍정적이지만, 특정 개인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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