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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부터 팬덤 플랫폼까지, K-팝이 만드는 새로운 팬 문화 생태계

캠코더부터 팬덤 플랫폼까지, K-팝이 만드는 새로운 팬 문화 생태계

K-팝이 음악을 넘어 글로벌 팬 문화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커버댄스 촬영감독, 팬덤 플랫폼, 아날로그 미디어 활용 등 새로운 산업과 트렌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타이완의 K-팝 커버댄스 영상촬영감독 위룽(妤蓉)은 지난 6년 동안 1,400여 개의 커버댄스 영상을 촬영하며 K-팝 팬 문화의 보이지 않는 주역으로 활동해왔다. 촬영감독은 촬영 전 원곡의 무대 영상을 분석하고, 촬영 당일 리허설을 거친 뒤 정식 촬영에 임하며, 촬영 후 영상 편집과 썸네일 제작까지 담당한다. 위룽은 성수기(여름·겨울방학)에 월 70~80건의 촬영을 진행해 뉴타이완달러 10만 원(약 440만 원) 규모의 월 수입을 올린다. 비성수기에도 월 최소 5만 뉴타이완달러(약 220만 원)를 유지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소니 카메라와 DJI 스태빌라이저, 조명 장비 등에 뉴타이완달러 15만~20만 원(약 660만~880만 원)을 투자했다. 위룽의 작품을 살펴보면 걸그룹의 안무 커버가 대부분이다. 이는 보이그룹의 파워풀한 안무보다 걸그룹 안무가 상대적으로 쉬워 남녀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 SM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 댄스커버 촬영 요청이 급증했다. 위룽은 2019년 할로윈부터 K-팝 랜덤플레이댄스 이벤트를 개최해왔다. 초기 약 30명의 참여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현재 행사마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타이완 K-팝 커버댄스계의 대형 파티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K-팝 팬덤 문화의 규모와 가치를 인식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라이터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쿠키(Kooky)'는 글로벌 K-팝 팬과 아티스트를 이어주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누적 회원가입자 220만 명을 보유했다. 쿠키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매주 20개 이상의 도시별 거점에서 자발적으로 사용자들이 모이는 로컬 마이크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팬들은 쿠키를 통해 직접 이벤트를 제작·참여하고, 위치 기반 소셜 기능과 티켓 커머스를 활용해 공연 티켓 구매와 이벤트 참여를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다. 쿠키는 데이터 기반 글로벌 공연 기획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24년 10월에는 아티스트 바빌론(Babylon)의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10개 도시에서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라이터스컴퍼니는 시드 투자와 팁스 프로그램 선정에 이어, 최근 리벤처스와 IBK기업은행으로부터 Pre A 라운드 투자 10억 원을 유치했다. K-팝 팬 문화의 또 다른 축은 아날로그 미디어의 부활이다.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2022년 신곡 '디토'의 뮤직비디오에서 캠코더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90년대 아날로그 영상 미학이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뉴진스의 뮤비는 캠코더 특유의 노이즈, 부드러운 색감, 빛의 과다 노출 같은 아날로그적 특성을 담았으며, 영상 비율을 4:3으로, 해상도를 720×480 픽셀의 '브라운관' TV 감성에 맞췄다. 캠코더는 뮤직비디오와 브이로그에서 자주 등장하며 팬들에게 일상적이면서도 친근한 친밀감을 제공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실제 시장 변화로도 이어졌다. 중고 캠코더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한때 고물 취급을 받던 카메라들이 수십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MZ세대는 캠코더를 추억의 물건이 아닌 창작의 도구로 삼아,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등에서 개인 브랜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상 크리에이터들도 캠코더를 구매해 콘텐츠에 레트로한 감각을 더하는 추세다. 캠코더의 흔들리는 화면과 자연스러운 조명 효과, 예상치 못한 순간을 그대로 기록하는 특성은 현대 디지털 세대에게 과거의 감성과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음악 소비 방식에서도 LP가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구시대 유물처럼 여겨진 LP는 현재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체로 재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음원의 깔끔한 소리와 달리 LP는 아날로그 기술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향적 깊이를 제공한다. 바늘이 레코드를 스쳐가는 소리, 회전하는 디스크의 질감 등 독특한 물리적 경험은 디지털로 구현할 수 없는 감각을 선사한다. 또한 LP 커버 아트는 디지털 음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각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K-팝을 중심으로 팬덤 플랫폼, 전문 촬영 서비스, 아날로고 미디어 활용 등 다층적인 팬 문화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다. 이는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정서적 욕구와 미적 감각이 여전히 중요하며, 과거와 현재의 창작이 결합할 때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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