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자기잠식의 위기...영어 가사 급증·연습생 이탈로 정체성 흔들려

K-pop이 자신을 잠식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예술성과 창의성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장르가 TikTok 트렌드 추종과 같은 아이디어 반복으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 K-pop 팬은 "K-pop이 사랑했던 예술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을 깨닫기는 힘들다"며 "현재의 K-pop은 진정한 예술성을 포기하고 같은 아이디어를 되풀이하면서 매번 새로운 앨범마다 그룹의 음악 스타일을 바꾸고 이미 만들어진 바이럴 순간을 투명하게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세대에 접어든 현재의 K-pop은 "약탈적 경영진과 과도한 소비에 의해 자기잠식의 직전에 있으며, 무영감한 상태이면서도 의미 없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pop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더 심각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창작콘텐츠청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소속사의 연습생 수가 2020년 1,895명에서 1,170명으로 2년 사이 38.3% 급감했다. 같은 기간 소속사를 떠난 연습생의 비율도 2020년 31% 수준에서 2022년 34.4%로 증가했다. 기획사들이 연습생 양성에 30% 이상의 투자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생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변화도 K-pop의 정체성 위기를 상징한다. 최근 K-pop 가사는 '영8 한2'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어가 80%, 한글이 20%라는 뜻이다. 영어만 사용하는 곡도 적지 않다. 대중음악 평론가는 "'케이'팝이 '케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려면 언어가 핵심"이라며 "J-pop이 일본어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K-pop도 한글을 주 메뉴로 유지해야 '케이'팝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K-pop은 1990년대 후반 국제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로 탄생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글 가사로도 글로벌 히트가 가능함을 증명했다. 영어를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매체 활용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빌보드 성공을 이뤘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K-pop 기획사들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한글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 평론가는 "본사가 한국에 있고 가수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K-pop이 아니며, 영어 가사의 불가피성은 더 크고 더 벌려는 비즈니스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글을 전공한 일본 언어학자가 한글의 자음군이 주는 '음악적 짜릿함'을 증명했고, 해외 K-pop 팬들이 한글과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K-pop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한국'이라는 본질이 흐려질수록 장르로서의 K-pop도 자신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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