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180개 국가 스트리밍 확대 속 팬덤 갈등·문화 충돌 심화

사진 TV10 (티비텐)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K-팝이 2024년 기준 180개 국가에서 스트리밍되며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2020년 2억3천만 달러에서 2024년 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평균 성장률 15%를 웃도는 국가 핵심 수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대의 뒤편에서 팬덤 간 갈등과 문화 충돌이 심화되고 있어 지속 가능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밴드 데이식스(DAY6) 공연을 계기로 한국과 동남아시아 팬들 사이의 온라인 설전이 확산됐다. 공연 현장에서 일부 한국 팬이 반입 제한된 장비로 촬영을 시도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현지 팬들과 마찰이 발생했고, 이후 관련 영상과 게시물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갈등이 확대됐다. 외모 비교, 상대 국가 팬덤 조롱 및 비하 표현으로 번진 이번 설전은 단순한 팬덤 갈등을 넘어 인종과 문화 문제까지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동남아 팬덤에서는 K-팝 스타들의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이 피부색을 지나치게 밝게 표현한다며 '화이트워싱' 논쟁을 제기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팬덤과의 온라인 설전이 반복되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왔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이러한 현상을 K-팝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충돌로 진단했다. "K-팝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팬덤 역시 다양한 문화권이 뒤섞이는 구조가 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와 인식 차이가 충돌하면서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특정 사건이 국가 단위 갈등으로 일반화되는 현상을 우려하며, "극단적인 사례가 전체 팬덤 문화로 일반화되면서 갈등이 더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남아시아는 K-팝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인구 규모가 크고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데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활발해 K-팝 글로벌 확산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 출신 블랙핑크 리사가 세계적 스타로 성장하면서 동남아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으며, 국내 기획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동남아 출신 멤버를 적극 영입하면서 K-팝 그룹의 다국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팬덤 간 감정 싸움은 단순한 온라인 설전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과 문화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한류 확산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지역"이라며 "팬덤 갈등이 국가 단위의 감정 대립으로 고착화될 경우 실질적인 콘텐츠 소비와 교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팝의 글로벌 확장 전략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정책산업연구소 김현숙 소장은 "이제는 단가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시장의 절대 크기, 즉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을 관리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수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 단순히 공연 수익을 올리는 것을 넘어 국가별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팬 커뮤니티 관리와 자정 노력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K-팝의 글로벌 확산은 라틴아메리카로도 확대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댄스 스튜디오들이 K-팝 안무를 교습하고, K-팝 월드 페스티벌 같은 국제 대회를 통해 지역 문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 대사관은 음악, 영화, 텔레비전, 패션, 음식 등을 통해 '한류(Hallyu)'로 불리는 한국 문화를 체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문화 자산을 넘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민 간 교류를 증진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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