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응원봉이 촛불을 대체하다…2·30대가 주도한 '축제형 민주주의'

사진 SEVENTEEN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는 과거 촛불집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신은, 엔시티(NCT), 뉴진스, 세븐틴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을 든 2·30대 팬들이 케이팝 곡에 맞춰 춤을 추며 탄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응원봉은 콘서트 등 행사를 위해 각 케이팝 그룹이 공식 판매하는 팬 응원 용품으로 30~50달러 가량에서 거래된다. 집회 현장에서는 "윤석열 탄핵하라"는 구호가 아이돌 음악 선율 위에서 외쳐졌다.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에스파의 '휩래시', 로제의 'APT' 등 인기곡들의 가사가 현장에서 집회 목표에 맞게 개사됐다. "박근혜 탄핵 때 국회의원이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고 말했는데, 그래서 누구도 끌 수 없는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고 밝힌 24세 엔시티 팬 조 씨는 응원봉을 탄핵 글귀로 커스터마이징해 참여했다. 시민들은 직접 만든 깃발도 준비했다. 웃음을 자아내는 협회명과 쿼카 캐릭터를 그린 깃발들이 집회장을 수놓았다. 케이팝 팬들은 이번 집회 참여가 자신들의 팬 문화에서 비롯된 경험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세븐틴 팬은 "저희는 추운 날씨 속에 오래 기다리는 데 익숙하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 큰 목소리로 응원하는 데 능숙하다. 시위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는 촛불집회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참여 방식을 보여줬다. 과거 집회에 참석했던 52세 김 씨는 "시위 문화가 많이 변했다. 더 재미있고 즐거워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59세 참가자는 "젊은 세대, 특히 젊은 여성들이 그렇게 많이 참여할 줄 몰랐다. 형형색색 빛나는 응원봉과 그들의 밝은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제 언론도 이 현상에 주목했다. AFP 통신은 "형형색색의 야광봉과 LED 초를 흔들며 즐겁게 뛰는 댄스파티를 연상시켰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고 조명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집회가 시위를 '무겁지 않고 가깝게' 느끼게 해줬으며, 같은 응원봉을 든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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