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서구 중심 음악산업 계층구조 재편…글로벌 협업 확대로 '타자' 지위 탈피

K-팝이 서구 중심의 음악 산업 계층구조를 재편하면서, 단순한 소비 대상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갖는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 20세기 말 토킹헤즈의 프론트맨 데이비드 번은 'I Hate World Music'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가 서구가 아닌 모든 것을 하나의 이국적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주변적인 소비재로 만드는 산업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서구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는데, 비서구 음악을 진정성과 원시성의 판타지에 맞춰 경품화하고 고급 문화의 아래에 두는 방식이었다. K-팝은 이러한 이분법을 깨고 있다. 제니의 최근 글로벌 활동이 그 증거다. 제니는 단순히 글로벌 스타들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성, 호소력, 영향력에서 그들과 동등한 수준에 서 있다. 미국 래퍼 도에치(Doechii)와 함께한 'ExtraL'이나 영국 싱어송라이터 리드와의 작업에서 제니는 주도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K-팝이 더 이상 서구에 종속된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K-팝 산업의 국제화는 경영 차원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기반 타이탄 컨텐츠의 CEO 케이티 강(Katie Kang)은 2000년부터 K-팝 산업에 종사해 온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강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캐스팅 및 트레이닝 시스템을 개척하여 업계 표준으로 만들었으며, 이후 다수의 성공적인 그룹들의 발굴과 육성에 기여했다. 강은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K-팝 회사들에는 캐스팅과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었다"면서 "당시 산업은 J-팝과 일본 아티스트들이 주도하고 있었는데, SM에 합류하며 시험과 트레이닝 시스템(재능을 찾아 훈련하고 제작하는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계속 확장되는 것을 보게 돼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강이 SM과 IST엔터테인먼트에서 캐스팅하고 육성했던 아티스트들의 중요성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샤이니(SHINee), 엑소(EXO), 레드벨벳(Red Velvet), NCT 등은 K-팝의 글로벌 성장과 보편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했으며, 오늘날 K-팝 산업의 기초를 마련했다. K-팝의 지속적인 세계화는 산업의 운영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특히 팬데믹 이후 K-팝 회사들은 가상 팬사인회(한정된 팬들이 우승하는 몇 분 길이의 만남)와 소셜미디어 같은 통신 앱을 통해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강은 또한 전 세계의 팬들이 K-팝 에코시스템을 따르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팬들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하는 변화를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추세는 K-팝 회사들이 한국인이 아닌 멤버를 훈련하고 데뷔시키는 현상을 낳았다. 강이 CEO를 맡은 타이탄이 최근 임페리얼 뮤직(리퍼블릭 레코드의 임프린트)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결성한 신규 걸그룹 앳하트(AtHeart)가 그 예다. 7명의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미치(Michi), 카텔린(Katelyn), 서현(Seohyeon), 오로라(Aurora), 보메(Bome), 아린(Arin), 나현(Nahyu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멤버들은 한국, 일본, 필리핀, 미국 출신이다. K-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의 변화는 구조적이다. 더 이상 '월드뮤직'의 프레임 안에서 이국적인 소수자로 위치하지 않으며, 창작, 프로덕션, 마케팅 모든 영역에서 주도권을 가진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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