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산업의 그림자…CJ ENM 경영악화·하이브-어도어 갈등·착취 구조

글로벌 K-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K-콘텐츠 대표주자로 불렸던 CJ ENM이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업계 주요 기업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임희윤은 "케이팝이 급성장하면서 그늘도 그만큼 커졌다. 이제는 고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CJ ENM의 경영 악화는 무리한 투자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2021년 영업이익 2,96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146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18만 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최저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연이은 드라마 히트에 힘입어 8만 원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문제는 영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에 있었다. CJ ENM은 1조 원의 인수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9,000억 원을 차입했다. 영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을 제작한 피프스시즌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려던 야심이었다. 그러나 피프스시즌은 2022년 692억 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7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작 일정이 밀렸고, 인수 직후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과 작가조합의 동시 파업이 터졌다. 고정비는 늘어나는데 가동률이 나오지 않아 손실이 쌓였다. 차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졌다. CJ ENM의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4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도 38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제작 비용이 올라가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부작에 56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예에서 보듯, 드라마당 35억 원대의 제작비가 소요되고 있다. 총차입금은 2020년 말 7,900억 원에서 2021년 말 1조 5,30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1분기 말에는 3조 6,058억 원으로 증가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도 1조 338억 원으로 늘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CJ ENM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TV 광고비 감소와 배우 몸값 상승이라는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K-팝 산업 내부의 갈등도 심각하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갈등은 단순한 권력투쟁을 넘어 산업 내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냈다. 임희윤 평론가는 "청각 크리에이터(작곡가, 가수)들이 지배했던 시대에 시각 크리에이터(안무가, 비주얼 디자이너)들이 소외됐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등을 매달 받는 청각 크리에이터와 달리, 시각 크리에이터들은 일시금으로만 보상받는다. 임 평론가는 "이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K-팝은 시각적 영역이 매우 중요한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보상 체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의 윤리적 문제도 심각하다. K-팝 아이돌을 목표하는 청소년들은 '너네가 하고 싶은 거 하잖아'라는 논리 아래 4~5년간 연습생 제도에 갇혀 매달 평가받고 경쟁한다. 데뷔 후에도 소셜미디어 시대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감정노동이 극심하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K-팝 산업의 어두운 면은 연습 학교부터 시작된다. 12세 이상의 어린 학생들이 연습생으로 입문하기 전 K-팝 학교에서 훈련을 받게 되며, 한 학기 비용이 1,000파운드(약 187만 원)에 달할 수 있다. SM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선발은 극도로 경쟁적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연간 50만 건의 오디션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K-팝 선발 과정에서 신체 수치 조정, 강요된 성형 수술, 극도의 신체 수치 통제 등이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며, 현재 K-팝 아이돌들이 버추얼 휴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이대로라면 인간 아이돌을 AI 아이돌이 대체하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CD 음반에 팬미팅 쿠폰을 삽입하여 음원 사재기를 유도하는 팬덤 문화도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청소년 인권 문제와 함께 산업 전체의 투명성과 윤리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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