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 드러나…인권·노동·투명성 강화 필요 목소리

사진 Dispatch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K팝이 대한민국의 최고 수출품으로 떠오르면서 동시에 산업 내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주관한 '음악산업의 법·정책적 현안 학술세미나'에서 학계와 업계가 한목소리로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중앙대 문화예술경영 박사과정 연구원 허유정은 한국 엔터산업이 아티스트를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사가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가 결합된 시스템으로 인해 발굴부터 트레이닝, 프로모션, 매니지먼트까지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 표준계약서의 무조건적 7년 계약 기간은 청소년 아이돌의 개인 성장과 자유를 제한해 창작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습생 계약서와 불투명한 정산 구조도 주요 쟁점이다. 소속사가 연습생에게 사용한 비용을 매년 두 차례 통보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다. 허 연구원이 약 2년간 약 50명의 연습생을 인터뷰한 결과, 비용 내역을 통보받은 연습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표준계약서를 무력화하는 '부속합의서'를 규제하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도 지적되었다. 한정수 미스틱스토리 뮤직부문 대표는 표준계약 기간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연습생이나 연예인이 계약 종료 후 바로 나가면 오직 회사에만 빚이 남는다"며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표준계약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대철 바른음원 대표는 아이돌 연습생 육성 시스템을 북한의 무용수 시스템과 비교하며 비판했다. "K팝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는데, 둘 다 어릴 때부터 돈도 안 받고 혹독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현대 사회에서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팬덤을 노린 과도한 상술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2023년 발매된 K팝 음반 중 96.9%가 랜덤 포토카드를 포함했으며, 한 음반의 구성품 조합이 최대 128가지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팬들은 원하는 랜덤 구성품을 얻기 위해 동일 음반을 평균 4.1장 구매했으며, 심한 경우 90장을 구매한 팬도 있었다. 팬 사인회도 음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팬들은 사인회 응모를 위해 평균 6.7장의 음반을 구매했고, 당첨 기준이나 상한선이 따로 없어 최대한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의 SM엔터 주식 조종 혐의로 인한 체포는 K팝 산업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까지 드러냈다. 김범수는 2023년 2월 카카오가 SM을 인수할 당시 240억 원(약 1,730만 달러)을 개인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주입해 SM 주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교수 김치호는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의 팬덤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팬덤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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