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들고 나온 응원봉···K-POP이 시위문화를 바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지난 7일 국회 앞 집회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참여자들이 모였다. 눈에 띄는 것은 참여자들의 구성과 집회의 새로운 풍경이었다. 과거 시위에서 촛불을 들던 세대와 달리, K-POP에 친숙하고 아이돌 응원봉에 익숙한 20·30대가 대거 참여하면서 집회의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현장에서는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aespa의 '휩래시(Whiplash)', 로제의 'APT.' 등 K-POP 곡들이 울려 퍼졌다. 참여자들은 이 곡들을 '윤석열 탄핵하라'는 구호로 가사를 바꿔 부르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트레이키즈, NCT, 뉴진스, 세븐틴 등 다양한 그룹의 응원봉을 든 20·30대 여성들이 함께 춤을 추고 환호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응원봉 사용의 장점은 실용성에 있었다. 음악평론가 김도헌은 "응원봉은 매우 튼튼하고 밝게 빛난다. 또한 휴대하기 좋은 크기"라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응원봉을 촛불의 대안으로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고 발언한 국회의원의 말을 기억한 참여자는 "응원봉은 아무도 끌 수 없다"며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시위 참여의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36세 여성 참여자는 "이전 집회가 다소 폭력적이고 무서웠다면, 이번에는 응원봉과 K-POP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K-POP 팬들은 콘서트 활동에서 연마한 기술이 시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데 익숙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크게 외치고 응원하는 법도 안다"는 세븐틴 팬의 말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깃발도 주목받았다. '전국 쿼카 보호협회', '집에 누워있기 연합', '내향인 연합' 같은 이름의 깃발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누구든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깃발 제작자들은 "시위 참여에는 특별한 조건이 없다. 일반 시민, 아이돌 팬, 무엇을 좋아하든 모두 나올 수 있다"는 취지를 담았다. 집회가 열린 여의도 지역에서는 '선결제' 문화도 확산됐다.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카페와 식당에 음식을 미리 결제해두어 참여자들이 무료로 음료와 식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 카페는 "재료 부족으로 못 받은 주문만 거의 500잔"이라며 압도적인 수요를 증언했다. 이 같은 지원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현장의 열기를 유지하게 했다. 외신들도 이 변화에 주목했다. AFP통신은 "형형색색의 야광봉과 LED 초를 흔들며 춤추는 댄스파티를 연상시켰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한편 응원봉 수요의 급증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응원봉이 올랐으며, K-POP 용품점의 재고가 급속도로 소진됐다. 이 현상은 한국의 시위 문화 진화를 상징한다. K-POP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정치적 메시지와 결합되면서, 과거처럼 무겁고 엄숙한 시위에서 벗어나 더 많은 청년층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참여자들이 느낀 공감과 연대감, 그리고 즐거움이 지속적인 집회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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