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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악용한 K팝 음반 상술, 환경·경제 이중 위기 초래

팬심 악용한 K팝 음반 상술, 환경·경제 이중 위기 초래

K팝 음반이 환경 오염과 소비자 경제 문제의 중심에 섰다. 국제음반산업협회 2023 세계 음반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상위 10개 중 5개가 K팝 음반이다. 전 세계 K팝 팬은 약 10% 수준이지만, 이들이 구매하는 음반 수는 글로벌 탑10에 들 만큼 많다. 문제는 팬들이 실제로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악 감상 목적으로 CD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반면 음반을 수집할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했다는 응답은 75.9%에 달했다. 조사는 14세 이상 유료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전국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팬들이 음반을 대량 구매하는 주요 원인은 아이돌과 대면할 수 있는 팬사인회 응모권이다. 구매 수량에 비례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 때문에 팬들은 경쟁적으로 음반을 수백 장씩 사들이고 있다. 음반 시장을 주도하는 기획사들은 같은 수록곡이 담긴 음반을 표지만 다르게 여러 종류로 발매하거나 무작위로 포토카드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대량 구매를 부추긴다. 세븐틴의 경우 지난달 14일 발매된 음반이 크게 4종류, 세부 버전까지 합하면 총 19종으로 발매됐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심각하다. 10~20대 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빚을 내면서까지 수백 장 단위의 음반 사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팬은 팬사인회에 응모하려 150장의 음반을 구매했는데, 음반 한 장당 가격이 1만9,000원이어서 총 258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으로 하루 8시간씩 10개월을 일한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다. 또 다른 유럽 팬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반 500장을 구매했고, 이에 소요된 비용은 8,500달러로 그 지역 1년치 집세 규모였다. 구매된 음반의 대부분은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 공연장이나 음반 판매처 앞에 포장도 뜯지 않은 음반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음반을 대신 구매하고 전량 폐기해주는 구매 대행도 횡행하고 있다. 음반 폐기로 인한 환경 영향도 적지 않다. CD는 폴리카보네이트, 앨범은 폴리염화비닐(PVC)로 제작되며, 환경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CD 한 장 만들 때마다 탄소 500그램이 배출된다고 추산했다. 인기 여자 아이돌의 초동 판매량(발매 첫 주 음반 판매량)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비행기로 지구를 74바퀴 도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2023년 기준 K팝 CD 판매량은 1억 장을 돌파했으며, 2022년 대비 50% 증가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은 미흡한 상태다. 환경부는 폐기물부담금, 재활용분담금 제도 등으로 음반 쓰레기를 저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음반 등의 폐기물 부담금은 2억2,700만원, 재활용분담금은 1억1,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플라스틱 폐기물 사안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며 환경오염 우려에 반박했으나, 소비자들의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11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케이팝, 올바른 소비문화 조성을 통한 기후 대응 방안 모색' 포럼에서 케이팝포플래닛과 미래소비자행동, 소비자권익포럼은 "케이팝의 글로벌 위상을 생각하면 반환경마케팅이 퍼져나가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K팝의 발전 이면에는 청소년 중심 팬덤의 애정을 이용해 불필요한 과소비와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준도 존재한다. 영국 공식 차트는 음반 관련 증정품이 두 개 이상이고 음반 개봉 후에 증정품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차트 집계에서 제외한다. 이에 국내 기획사들은 영국 차트를 겨냥하는 경우 무작위 증정품이 없는 전용 음반을 따로 낸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Golden' 유럽전용버전이 대표적이다. 팬들은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팬들은 "기획사나 팬들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음반이 짐이 되지 않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무작위와 추첨에 기반한 방식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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