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의 새로운 얼굴, K-POP 응원봉과 곡이 정치 운동을 주도하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탄핵 촉구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일 열리는 가운데, K-POP 문화가 정치 운동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되던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최신 K-POP 곡들이 광장을 물들이면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에스파의 '위플래시', G-DRAGON의 '크루킹', 2NE1의 '아이 앰 더 베스트',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의 '인투 더 뉴 월드' 등 K-POP 곡들이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탄핵, 탄핵, 윤석열!"이라는 구호를 K-POP의 비트에 맞춰 외쳤다. 서울 마포구의 한 집회 참가자는 "세븐틴 사랑해, 세븐틴 짱!"이라고 외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정치와 삶이 크게 나눌 수 없다는 신념을 표현했다. 청년 세대의 참여로 집회 문화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집회 주최 측인 촛불행동은 "어르신 분들은 케이팝을 틀라 하고, 2030 분들은 민중가요를 틀어달라 한다"며 세대별 음악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공지를 띄웠다. 이에 따라 기성세대는 민중가요 학습에 나섰고, 청년 세대는 과거 민중운동의 주제가였던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바위처럼' 등을 배우려 했다. SNS에서 "MZ들도 민중가요를 배우자"는 글이 수차례 공유되고, "50대 이상 여러분! 원활한 촛불문화제 참석을 위해 사전 학습 필요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K-POP 곡 목록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민중가요 가사집 배포 운동도 활발했다. 30대 한 시민은 엑스(옛 트위터)에 '탄핵 시위에서 부를 민중가요 10개 가사'를 PDF 파일로 만들어 배포했으며, 해당 게시글은 이틀도 안 돼 7,000건 가까이 공유되었다. 그는 "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개인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강한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응원봉 배우기가 정식 코너로 채택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수많은 응원봉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가수의 응원봉인지 다같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무대에 올라온 시민들은 "맘 편하게 좋아하는 가수를 '덕질'하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아. 내가 살기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고 외쳤다. 60대 한 참가자는 "촛불이 응원봉으로 진화할 줄은 몰랐다"며 "젊은 친구들이 앞장서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대견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는 "2024년 윤석열 탄핵을 외친 광장을 보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확신했다"며 "케이팝이 이 시대의 새로운 민중가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0여 년 민중가요를 만들어온 그는 "제 노래는 지난 시간 충분히 제 몫을 다했고, 지금은 낡았기에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희 세대는 밤 집회를 할 때 라이터로 불꽃을 만들었는데, MZ세대는 자기의 소중한 사람을 향해 흔들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며 세대별 집회 문화의 진화를 언급한 윤씨는 "젊은 분들이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걸 꺼내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집회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는 K-POP 팬덤 문화도 녹아들었다. 응원봉에 탄핵 스티커를 붙인 참가자들은 소속사의 불합리한 관행에 근조화환을 보내던 팬덤 문화를 차용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에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동시에 '강아지발냄새연구회', '내향인연합회', 'TK 장녀연합', '집에 누워있기 연합' 같은 개성 있는 단체의 깃발도 여러 개 눈에 띄었다. 여의도 일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카페의 '선결제' 운동도 확산되었다. 누군가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음료를 미리 결제하는 방식으로, 선결제를 한 사람들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카페 이름과 결제한 음료 수량을 SNS에 올렸다. 한 카페 직원은 "컵도 빌리고 원두도 여기저기 전화해서 빌릴 만큼 너무 많이 들어왔다"며 "못 받은 것만 거의 500잔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 점주는 "저도 그냥 같이 뭔가 시위에 참여했다 그런 느낌"이라며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음료를 만들었다. 일부 K-POP 스타들도 탄핵 운동에 목소리를 높였다. 전 IZ*ONE 멤버 이채연은 "시민으로서 내가 판단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나는 공인이고 그렇기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GOT7의 영재는 라이브 방송에서 "한국을 더 잘되게 만들고 싶다. 힘든 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겪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ATEEZ의 우영은 소녀시대의 '인투 더 뉴 월드'를 공유하며 응원을 표했으며, Loossemble의 혜주는 "아이돌로서 제 입장이 불편할 수 있지만, 시민으로서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탄핵 집회는 K-POP 문화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 정치 운동과 세대 통합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K-POP의 글로벌 영향력과 대중적 접근성이 광장의 목소리를 더욱 크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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