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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과 K-팝이 물든 탄핵 집회…'신 민중가요'로 떠오른 케이팝

응원봉과 K-팝이 물든 탄핵 집회…'신 민중가요'로 떠오른 케이팝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물들었다. 촛불 대신 응원봉이, 민중가요 대신 K-팝이 등장하면서 지난 8년 전 광화문광장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집회 현장이 펼쳐졌다. 집회 현장은 마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로 변모했다. 참가자들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 집회를 시작했으며, god, 에픽하이, 아이유, 엑소, 빅뱅, 방탄소년단, NCT, 뉴진스, 라이즈 등 1~4세대 아이돌 팬들이 나란히 박자를 맞추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응원봉을 흔들고 K-팝을 따라 부르며 축제처럼 집회를 즐긴 시민들이었지만, 이들이 요구한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비상계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집회에는 '다시 만난 세계' 외에도 에스파의 '위플래시'와 '슈퍼노바', 로제의 '아파트', 세븐틴의 '파이팅해야지', 샤이니의 '링딩동',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등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들의 특징은 멜로디가 쉽고 반복적인 후렴구로 이루어져 함께 부르기 좋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몇 번만 들으면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어 K-팝의 범용성이 시위 현장에서도 입증됐다. 이번 집회에는 2030 여성들이 대거 참여했다. 10대 시절 응원봉을 들고 K-팝 스타들을 응원하던 이들이 어느덧 사회의 일원이 되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팬들에게 "응원봉이 예쁘고 멋지더라.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는 것도 너무 잘 봤어"라며 집회 참여자들을 응원했다. 시민들의 참여 관심이 커지면서 깃발 제작 업체에도 주문이 폭주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야생 두더지 연구 협회',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어리굴젓 숙성 연구회' 등 재치와 유머가 깃든 깃발들이 곳곳에서 펄럭였다. 이번 집회에서 K-팝은 '신(新) 민중가요'로 주목받게 됐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가 '아침이슬'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결의를 다졌다면, 이런 노래들이 익숙하지 않은 현 2030 세대에서는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K-팝이 세대를 대변하는 노래가 된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집회에서 세대통합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바위처럼' 같은 민중가요도 등장한 가운데, 이런 노래들이 익숙하지 않은 2030 세대는 새로 배울 기회를 얻었고, 5060 세대 역시 응원봉을 흔드는 2030의 응원 문화를 배웠다. 아이유, 로제 등 여러 아티스트들도 집회에 나간 팬들을 응원하기 위해 식당에 선결제하거나 따뜻한 말로 격려했다. 아이유는 팬카페를 통해 "추운 날씨에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는 팬들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민대 최항섭 교수는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쪽에선 군인이 진입한다면 한쪽은 응원봉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하나의 외침"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한국 사회의 이런 평화적 응원 문화를 유심히 지켜봤다. 로이터 통신은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K-팝 응원봉이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고 전했으며, 일본 닛케이는 "차세대 민주주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대가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을 든 모습은 정치 집회라기보다 K-팝 콘서트장과 같은 느낌"이라며 "탄핵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은 일반적인 정치적 시위보다 더 젊어졌으며, 이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 나이 든 세대와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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