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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과 '다시 만난 세계'…K-POP이 바꾼 탄핵 집회 문화

응원봉과 '다시 만난 세계'…K-POP이 바꾼 탄핵 집회 문화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가장 먼저 울려퍼진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2007년 발표된 소녀시대의 데뷔곡인 이 노래는 그 당시 발매 당시에는 큰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거대한 위상을 갖게 되었다. 비상 계엄 선포 이후 시민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광장에 나가 탄핵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특히 2030 여성의 목소리가 유독 크고 높았던 이번 집회에서 '즉각 탄핵', '즉각 체포' 등의 정치적 구호는 K-POP 문화와 결합했다. 경향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의 성별·연령대별 분석 결과 20대 여성 비율이 1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촛불 문화의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응원봉의 등장이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에서 주최 측이 나누어준 촛불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K-POP 아티스트의 다양한 응원봉이 그 자리를 채웠다. 행사장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도 크게 달라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하면 투쟁을 위해 쓰인 민중 가요는 눈에 띄게 줄었고, 원색적 욕설이나 성희롱적 표현이 담긴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 에스파의 '위플래쉬' 등 K-POP 음악이 그 자리를 채웠다. '다시 만난 세계'는 2016년 5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익숙한 노래를 부른 것이 시작점이었다. SM의 대표적인 작곡가 켄지가 곡을 쓰고 작사가 김정배가 노랫말을 썼으며, 희망을 암시하는 가사와 완성도 높은 군무로 소녀시대의 존재를 K-POP 역사에 아로새겼다. 이 곡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도, 지난 수년간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 퀴어 축제에서도 불리어졌다. 한국을 넘어 2020년 태국의 민주화 시위에서도 울려 퍼졌다. 친숙한 또래 세대의 문화는 젊은 세대를 광장으로 이끈 공신 중 하나였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집회와 아이돌 응원이 비슷하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응원봉이 이번 탄핵 집회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당연하게도 '다시 만난 세계'는 본디 투쟁가가 될 운명을 타고 만들어진 곡은 아니었다. 노래는 아티스트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품을 떠나는 순간, 듣는 이들이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다. 남녀 간의 사랑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MZ 세대가 이를 역경 속에서 지켜낸 희망, 그리고 연대에 대한 노래로 읽으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입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만난 세계'처럼, MZ 세대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일상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저항과 결합했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광장에 선 팬들에게 김밥을 후원하며 "'다만세'를 잘 불러보라"고 응원을 보냈다. 17년 전 '다만세'를 듣던 팬들이 만든 새로운 맥락이 아티스트에게 전해졌고, 아티스트가 화답하는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결집된 시민의 역량이 내란 대통령의 시간을 멈추게 했고, 승리를 맞은 시민들은 반짝이는 응원봉과 떼창으로 그 순간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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