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색상 금지·제스처 조심'... K-팝 아이돌의 정치적 줄타기

한국의 선거 시즌이 되면 K-팝 아이돌들이 다른 업계의 연예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팬덤으로부터 가해지는 극도의 감시와 비판 속에서 아이돌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무형의 압력 속에 놓인다. 선거 기간 동안 아이돌들이 가장 조심하는 것은 의류의 색상이다. 국민의힘(red), 더불어민주당(blue), 녹색정의당(yellow and green) 등 정당마다 대표 색상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비트루 지 킹덤, 위클리 등 여러 아이돌 그룹이 선거 당일 투표를 마친 후 투표소 밖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무채색이나 밝지 않은 색상의 옷을 입은 이유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손가락 제스처도 신경 써야 할 대상이다. 엄지손가락 또는 브이 사인 같은 일반적인 포즈가 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의 번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선거 제도에서 각 후보에는 고유 번호가 부여되므로 이러한 제스처가 정치적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 복잡한 것은 아이돌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기본 의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일부 팬들은 아이돌이 투표했다는 증거를 명시적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아이돌들은 투표 의무를 다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충하는 압박 속에 있다. 미국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8년 인스타그램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비욘세, 제이-지, 카티 페리,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 등 주요 셀러브리티들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K-팝 업계의 정치적 침묵은 수준이 다르다. 가수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 어떤 행동이나 복장도 자제한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2020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튜브 영상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야 했다. K-팝 아이돌들이 받는 공개적 감시의 수준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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