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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음료 선택·미답장까지…K-POP 아이돌의 '불가능한 기준' 앞세운 팬덤 압박

면도·음료 선택·미답장까지…K-POP 아이돌의 '불가능한 기준' 앞세운 팬덤 압박

K-POP 아이돌들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한 선택까지도 팬덤의 강한 압박 대상이 되고 있다. 2024년 초 이들이 한 달 동안 공식 사과하게 된 사유들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래퍼 이영지는 1월 1일 세븐틴 멤버 도겸의 문자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보이밴드 엔하이픈의 제이크는 1월 5일 팬들과의 라이브스트림 중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사과를 강요받았다. 같은 달 16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민지가 지난해 유튜브 영상에서 칼국수를 모르는 척했다는 명목으로 약 1년이 지난 후 사과했다. K-POP 산업의 가혹함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돌들이 마주하는 '불가능한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완벽한 외모는 기본이고, 한 마디 말실수나 사소한 행동도 온라인에서 즉시 증폭되어 공식 사과로 이어진다. 이들의 팬덤은 헌신적이면서도 정치적이고, 매우 온라인화되어 있어 그 분노가 순식간에 집단행동으로 변모한다. 민지가 칼국수 사건을 놓고 받은 비판은 특히 상징적이다. 2023년 1월 유튜버 칩칙맨과의 라이브방송에서 칼국수, 콩국수, 비빔면 중 어떤 음식을 먹겠냐는 질문에 "칼국수가 뭐예요?"라고 답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지가 "럭셔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 음식을 모르는 척했다는 주장이 수개월간 확산됐다. 결국 2024년 1월 위버스 라이브방송에서 "정말로 칼국수를 모를까요?"라며 방어적인 태도로 답변한 민지는 오히려 "적대적 태도"라는 새로운 비판에 직면했다. 팬덤의 압박 방식도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트럭 시위에 머물렀다. 특정 이슈에 해명을 요구하거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도심 중심에서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 의혹 당시 일부 팬들이 소속사에 해명을 촉구하며 트럭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조화환이라는 더욱 강경한 수단이 등장했다. 2024년 라이즈의 전 멤버 승한 탈퇴 시위 때 처음 본격화되었으며, 최근 알파드라이브원 멤버 건우를 둘러싼 인성 논란에서 다시 나타났다. 일부 팬덤은 건우의 퇴출을 요구하며 근조화환 시위 모금을 진행했으며, 25일 오후 공개된 2차 시위 당시 600만 원이 모여 근조업체 70곳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졌다. 1차 시위 당시에도 모금 개시 20분 만에 159%를 달성하는 등 화력이 식지 않고 있다. 트럭 시위와 근조화환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트럭이 주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수단이라면, 근조화환은 특정 멤버의 탈퇴 혹은 관계 단절을 강하게 주장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 수단이 실제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승한의 경우 근조화환 등장 이후 자진 탈퇴를 선택했지만, 이를 팬덤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상징적 압박 효과는 분명하지만 최종 결정은 다른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근조화환 시위가 재등장하는 배경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개별 팬덤의 강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K-POP 시장은 특정 멤버를 중심으로 한 개별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 구조이며,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논란이 된 멤버의 탈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완전체 기조가 강했다면, 지금은 그룹에 리스크가 된다고 판단되는 멤버를 정리해야 한다는 실리적 관점이 힘을 얻는 추세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헌식 평론가는 "법적 판단이나 사실관계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덕적·윤리적 기준으로 먼저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위험성을 내포한다"며 "팬덤의 권리 의식이 강화된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특정 개인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덤 내부에서도 반응이 갈린다. 일부는 "그룹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도하고 인권 침해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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