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교육권 박탈…K팝 아이돌의 '노예계약' 현실

K팝이 한국의 최고 수출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아이돌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내부자들이 지적하는 아이돌의 과로 문제와 연습생 시절의 구조적 착취는 이미 오래된 문제지만,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예계약'**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연습생 시절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노동이다. 하이라이트(옛 비스트) 멤버 손동운의 아버지 손일락 청주대학교 명예교수는 당시의 경험을 회고했다. 동운이가 14살에 연습생이 됐을 때 제시된 계약서는 30장 분량에 이르렀으며, 계약기간은 기본적으로 15년이었다. "일단 계약하면 40대가 돼야 벗어날 수 있는 구조"였다. 손 교수는 이를 '노예계약'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연습 기획사들은 변호사 대동을 거절했고, 수익 배분 문제도 모호했다. 아이돌과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수익 배분 문제도 모호했습니다. 아티스트나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죠." 손 교수의 증언처럼, 계약서는 철저히 기획사 일방의 이익만을 반영했다. **일주일 40시간, '중노동'의 실상** 손동운이 겪은 연습생 시절은 소위 말하는 '중노동'이었다. 보컬 트레이닝, 댄스, 인성 교육, 외국어 교육 등으로 주당 40시간을 연습하며 보냈다. 댄스만 3종류 이상의 레슨을 받아야 했고, 정신적 압박도 컸다. 학교 생활은 의무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학업이 불가능했다. "학교를 들른 후 연습실에 가고, 집에 와 쓰러지듯 잠을 잤습니다." 손 교수의 표현처럼, 피곤에 절어 학교에 가면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도 망가졌다. 점심을 같이 먹을 친구도 없었고, 매일 지쳐 잠만 자는 동운에게 신기함은 순식간에 무시로 변했다. 아버지 손 교수가 매일 밤 새벽에 연습실에서 동운을 데리러 갔지만,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평소처럼 쓰러져 자는 아이의 양말을 벗긴 어느 날, 비릿한 쇠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습니다. 발이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신체적 피폐와 폭력적 교육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인성' 교육을 받는 아이들, 폭력을 마주하다** 아이들은 인성 교육을 받았지만, 소속사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빠, 백 번만 더 참을게요. 아니, 백 번은 금방 지나가니까 천 번만 더 참을게요." 어린 동운이가 아버지에게 한 말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견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표현이었다. 밥을 거른 채 연습실에 가고, 늦은 밤까지 연습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이 2년이나 계속됐다. "업계 부조리를 간접적으로 목격한 후 충격을 받았죠. '아빠, 더 이상 연예인 안 할래요' 하더군요." 미성년자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동운은 연습생을 포기했다. **인터넷 시대, 더 심해지는 과로 문제** 현재 K팝 아이돌들이 겪는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아이돌들은 더 이상 공식 활동 시간만 일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쇼트폼 영상, 라이브스트림을 통한 팬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휴식 시간 자체가 사라졌다. BTS의 진은 6월 12일 군 제대 이후 6월 30일 라이브스트림에서 "제대 이후로 하루 쉰 날이 없다"고 농담삼아 언급했다. 공식 행사, 녹음 세션, 파리 올림픽 홍보 활동, 온라인 팬 소통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6월에는 BTS의 정국이 팬과의 온라인 소통 중에 잠이 드는 장면이 라이브로 방송됐고, 같은 달 EXO의 백현도 X의 라이브 음성 대화 서비스에서 1시간 동안 잠을 자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필수'가 된 쇼트폼 영상 트렌드** K팝 아이돌들 사이에서 쇼트폼 댄스 콘텐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지코는 2020년 '애니송' 틱톡으로 시작한 댄스 챌린지 트렌드가 K팝 밴드 프로모션의 '필수 항목'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유튜브 쇼에서 사과했다. "저는 정말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깊게 사과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모든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와 플랫폼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HYBE 회장 방시혁은 2023년 3월 CNN 인터뷰에서 K팝의 가혹한 일정이 과거의 문제였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업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의 발언처럼, 아이돌들은 자발적 선택이라는 명목 아래 24시간 활동을 강요받고 있다.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 손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차원의 접근을 강조했다. "정부가 애로사항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K팝이 대한민국의 최고 수출품이라는 명성 뒤에는 시스템 개선을 외치는 부모들과 생존을 위해 참고 있는 연습생들의 절규가 있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돌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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