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앨범 판매 인플레이션 심화, '진정성' 논란으로 번져

K-POP 시장의 앨범 판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산업 전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K-POP 앨범 제작·판매 방식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SEVENTEEN의 '17 IS RIGHT HERE'가 첫날 226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초동 기록을 세운 반면,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는 일주일간 191만장을 판매했다. 한국의 '초동' 순위 기준으로 보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치는 20위권에 겨우 드는 수준이다. 한터 차트 기준 역대 초동 순위는 SEVENTEEN의 약 509만장(2023년 10월), 스트레이 키즈의 약 461만장(2023년 6월), 엔시티 드림의 약 365만장(2023년 7월)으로 기록돼 있다. K-POP 산업 내 '음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엔터사에서 앨범 판매를 수익 확보의 핵심 활로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랜덤 굿즈와 팬 싸인회 등을 동인으로 강력한 팬덤의 구매력을 활용해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것이다. 다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동구매(공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스트레이 키즈 초동 수량 중 114만장 이상, 엔시티 드림은 107만장 이상이 중국 공구를 통해 팔렸다. 민희진 대표는 "업계에서 앨범 주문을 먼저 받고 판매량을 채우는 '밀어내기'가 알음알음 성행하고 있다"며 "앨범을 사고 또 사고, 같은 팬 사인회를 가고 또 가는 등 팬들과 가수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좋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앨범 판매 과열의 배경에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확대가 있다. K-POP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이 보여준 K-POP의 다양성은 문화적 다양성이라기보다 소비, 즉 상품의 다양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11개의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으며, 대부분이 K-POP 관련 레이블이다. 콘텐츠 획일화 문제도 심각하다. 아이돌 그룹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서 점점 비슷해지자, 팬들은 아이돌의 가창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평가하기 시작했다. 기획사들은 콘텐츠 차별화 대신 "우리 가수가 팬들에게 이렇게나 진심이다"는 '진정성 마케팅'에 주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정성' 논란은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산하의 걸그룹 아일릿이 선배 그룹 뉴진스의 안무를 카피했다고 주장하며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아이돌그룹을 잇따라 내면 '제 살 깎아먹기' 경쟁밖에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는 르세라핌의 가창력 논란이 거셌고,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자필 사과문을 쓰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대중문화평론가 성상민은 "음악이나 스타일, 안무 등에서 특성을 점점 찾기 어려워지다 보니 K-POP 팬덤이 아이돌그룹의 정체성을 가창력에서 찾는 것"이라며 "철저히 산업적 시스템에서 제작되는 K-POP 아이돌그룹에 가창력으로 '진짜 가수' 임을 확인하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자본에 K-POP 기획사가 잠식되면서 소위 '돈' 되는 특정 음악 스타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을 앞세워 세계 음악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K-POP이 양적 팽창만을 중시하는 산업 방식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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