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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안무 표절 논란 넘어, 아이돌의 예술 주체성 문제로 비화

K-POP 안무 표절 논란 넘어, 아이돌의 예술 주체성 문제로 비화

뉴진스의 안무 표절 의혹이 단순한 저작권 분쟁을 넘어 K-POP 산업의 근본적 문제를 노출했다. 아이돌이 '아티스트'인지 '기획사의 도구'인지에 대한 오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13일 뉴진스의 안무가로 알려진 댄서 김은주·블랙큐가 아일릿의 신곡 '럭키걸신드롬' 뮤직비디오를 저격했다. 뉴진스의 맥도날드 광고 안무를 그대로 카피했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의 '마이월드'와 '마그네틱'이 뉴진스의 '어텐션'과 '디토' 안무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표절 의혹의 핵심은 법적 판단의 모호성에 있다. 안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본 동작과 독창적 안무를 구분해 의도적 모방 여부를 재량껏 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안무 표절이 법정에 간 사례는 없다. 안무 저작권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ILLIT은 잘못한 게 없다. 문제는 그들을 시킨 어른들"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의 발언은 K-POP 산업의 핵심 구조를 드러낸다. 곡, 안무, 의상, 심지어 인터뷰 발언까지 모두 기획사에 의해 미시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이다. 아이돌은 이 모든 결정의 행위자가 아니라 실행자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K-POP 아이돌을 두고 '예술가'인지 '우상'인지 부르는 명칭 논쟁이 벌어진 지 십여 년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근본적이다. 많은 아이돌은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곡하거나 안무를 창작하지 않는다. BTS의 RM은 2018년 '아이돌' 곡에서 "넌 날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돼. 아티스트든 우상이든 상관없어"라고 노래했지만, 현실에서 K-POP 그룹은 자신들의 창작물로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안무가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4일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주축의 안무저작권협회가 출범을 선언했다. 허니제이, 바다, 바타, 백구영, 최영준 등 유명 안무가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원밀리언 대표 리아킴이 초대 협회장에 취임했다. K-POP 댄스의 산업화를 통해 안무 저작권 수익 분배 구조를 설계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안무가들은 창작에 대한 대가만 받았을 뿐 권리는 기획사에 귀속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2012년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만든 안무가 이주선과 2021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헤이마마' 안무를 창작한 노제 모두 안무저작료 수입은 0원이었다. 틱톡, 릴스, 유튜브 등의 현행 시스템상 모든 수익은 음악저작권자에게만 돌아간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안무 저작권 보호를 역점사업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인촌 장관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하며 음악 방송에서 안무가의 이름을 노출하도록 권고할 계획을 알렸다. 현재 저작권위원회와 보상 체계를 연구 중이며, 연내 성명표시 개선권고와 표준계약서 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보상 체계 설계는 쉽지 않다. 현재 K-POP 안무는 여러 안무팀으로부터 받은 시안에서 필요한 부분만 조합하는 공동저작물이다. 한 곡에 수십 명이 관여될 수 있고, 기여도도 제각각이다. 시안 참여 시 저작권 포기를 요구받는 것도 문제다. 리아킴 초대 협회장은 "업계의 관행을 깨부숴야 한다"며 "어떤 회사는 댄서들이 SNS에도 참여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게 한다. 댄서를 창작자가 아니라 외주용역으로 보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보는 음악' 시대를 K-POP으로 선도했다. 2013년 빌보드가 유튜브 조회수를 집계에 포함시킨 후 BTS, 블랙핑크 등이 빌보드 차트에 빈번히 올랐으니, K-POP 신드롬의 1등공신은 안무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K-POP에서는 음악보다 안무가 더 중요시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안무가의 위상과 보상 체계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표절 논란은 단순한 두 그룹 간의 창작물 분쟁을 넘어 K-POP 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묻고 있다. 아이돌이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책임과 권리를 가질 때, 그리고 안무가를 포함한 모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 K-POP은 더욱 건강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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