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들의 과도한 앨범 중복 구매로 플라스틱 위기 심화...정부·업계 규제 논의 가열

K-팝 산업의 과도한 음반 마케팅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K팝, 올바른 소비문화 조성을 통한 기후 대응 방안 모색' 포럼에서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플라스틱 사용량의 급증이다. 2017년에는 음반 740만 장 생산으로 55.8톤의 플라스틱이 사용됐지만, 2022년에는 약 7,700만 장 판매로 801.5톤의 플라스틱이 쓰였다. 무려 5년 사이 플라스틱 소비량이 1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약 1억 1,600만 장이 판매되며 2,260톤의 플라스틱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에 따르면 음반 한 장 제작 시 약 500g의 탄소가 배출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팬들의 소비 패턴의 변화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 52.7%가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했으며, 음악 감상을 위해 구매한 소비자는 5.7~6%에 불과했다.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 영상통화 팬미팅 등을 이유로 수많은 팬들이 듣지도 않을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폐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팬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한 K-팝 팬은 영상통화 팬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최대 150장의 앨범을 구매했고, 이는 인도네시아 사회 초년생의 최저임금으로 약 11개월 동안 벌어야 하는 금액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해외 팬은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위해 8,500달러를 들여 500장의 앨범을 구매했지만 당첨되지 못했다. 이는 1년 집세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이었다. 케이팝포플래닛의 김나연 캠페이너는 "아무도 CD를 듣지 않는 시대에 지난해 실물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며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주일간 앨범 판매량은 K-팝 아이돌그룹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1위 기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K-팝 산업의 앨범 판매량이 기형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사인회 응모 기준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팬사인회 당첨 기준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 팬들이 경쟁적으로 앨범을 구매하며 응모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당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커트라인 '팬싸컷'을 돈을 받고 공유하는 신종 거래 유형도 생겼다. 한 SNS 이용자는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약 600만 원의 '팬싸컷'을 구매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 방안도 제시됐다. 변웅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청소년보호법 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용해 음반에 유해성 경고 문구를 삽입하거나, 청소년의 경우 일정 수량 이상은 적정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굿즈와 팬미팅 등이 결합돼 청소년에게 사행성을 유발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많이 준다면 청소년 유해물건으로써 규율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주목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채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음악 차트에서 음반 판매량 집계를 제외하거나 한 가지 음반만 집계하도록 변경하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 오피셜 차트는 랜덤 요소가 포함된 음반을 판매량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은 랜덤 요소가 없는 버전의 음반을 발매했다. 포토카드 등 랜덤 굿즈로 인한 ESG 투자 배제 우려도 제기됐다. NH 아문디의 최용환 팀장은 "포토카드 등 랜덤 굿즈는 청소년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며, 사행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ESG 투자에서도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빌리 아일리시, 콜드플레이 등 해외 아티스트들은 이미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음악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출범한 비영리 연합 MSA(Music Sustainability Alliance)의 엘레노어 앤더슨 상임이사는 "엔터사는 자율 규제를 통해 앞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법적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최광호 사무총장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책임감을 느끼고 자율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업계도 노력 중임을 밝혔지만, 음반 제작으로 인한 플라스틱 소비량이 전체 환경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 자율 규제가 최선이지만, 결과물이 미흡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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