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엔터테인먼트 실무자 30명의 목소리, 인터뷰집으로 출간

K-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직무 종사자 30명의 경험담을 담은 인터뷰집 '연예계 비공식입장'이 출간됐다. 14일 발간을 앞두고 있는 이 책은 스타를 만드는 무명의 실무자들—캐스팅 디렉터, 작사가, A&R, 헤어·메이크업 팀, 트레이너, 홍보담당자 등—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일과 삶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 콘텐츠다. 저자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8년간 배우·가수 홍보담당자로 일했던 이하은(34) 씨로, 현재는 잡지사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화려한 조명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K-팝과 K-드라마가 급속 성장하면서 업무도 크게 세분화됐지만, 같은 회사 소속이어도 다른 직무를 속속들이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YG 직원'이라고 하면 보통 '연예인 매니저구나'라고 생각해요.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도 스태프가 주목받는 건 금기시되는 경향이 남아있거든요." 책에는 HYBE, SM, JYP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부터 소규모 회사까지 10년 경력 전후의 실무자들이 참여했다. 오디션·캐스팅, A&R, 작사·작곡, 트레이닝, 헤어·메이크업, 홍보, 팬 마케팅, 사회공헌 등 엔터사 내 거의 모든 직무가 포함됐으며, 오마이걸의 효정과 배우 손호준도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1인 출판사 '써니사이드웨스트'를 설립해 섭외, 집필, 출판, 유통을 모두 담당했으며, 이 과정에 18개월이 소요됐다. "섭외 시도는 몇백 명에게 했을 거예요. 직접 인터뷰이의 소속 회사 인사·홍보팀에 공문을 보내 가며 설득해 성사된 분만 책에 소개할 수 있었죠." 출간 전 알라딘 펀딩에서 목표를 조기 달성했으며, 출간과 동시에 2쇄를 찍는다. 책에는 성공한 K-팝 그룹의 탄생 뒷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캐스팅 디렉터 현우진이 SEVENTEEN의 민규를 하굣길에서 발견했던 일화, 퍼포먼스 디렉터(안무 총괄) 김병곤이 빅뱅과 지드래곤과 함께 성장한 경험담, 아티스트 전담 트레이너 박경준이 ATEEZ 등과 동고동락한 사연 등이 소개된다. 실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업계는 대사명과 열정으로 떠받쳐져 있다. 동시에 각 직무별로 고유한 직업병이 있다. A&R 박미란은 신곡 검수 과정에서 일주일에 300개가 넘는 신곡을 들으며 이명과 청력 손상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휴대전화 24시간 대기 상태, 업무 강도에 비해 열악한 처우, 불안정한 고용 형태 등의 문제를 토로했다. "'버티는 힘'이 엔터업에서 살아남는 제1 덕목"이라는 공통 증언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신 이 업계의 기쁨은 사람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늘 도움받고 도움 주는 일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항상 돌발 상황이 터지니 서로 도울 수밖에 없어요. 인터뷰 중 자기 실수를 아티스트가 감싸줬던 일, 동료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일화를 떠올린 분이 많았죠. 그런 치열한 경험을 공유하면 끈끈한 전우애가 생기게 돼요." 특별히 책의 말미에는 모든 인터뷰이에게 던진 공통 질문이 실려 있다: "만약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제목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 저자는 빛나는 주인공을 만드는 사람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어온 실무자들에게 조명을 비추고 있다. 23년차 작사가 조윤경은 이 책의 참여자 중 한 명으로, K-팝 산업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온 전문가다. 2002년 보아의 '리스닝 투 마이 하트' 한글 번안 작사로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375곡(2025년 3월 10일 발매 기준)을 작사했으며 여전히 매일 데모 곡을 듣고 작업 중이다. 소녀시대, 샤이니, 아이브, 카이, 레드벨벳, 더보이즈 등 내로라할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그의 손을 거친 곡을 찾을 수 있다. 조윤경은 지난 20년간 K-팝 가사의 변천이 시대의 젠더 감수성을 담고 있다고 본다. "'나 예쁘지, 이런 나를 사랑해 줘',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외치던 소녀들이 이제는 남자나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소중한 걸 찾는 식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남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표현한 건데, 지금 시대에는 무례하고 거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가사 작업의 민감성을 강조했다. 조윤경은 자신을 "성공한 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라고 표현했다. "한 곡의 가사를 그냥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데모를 듣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아티스트를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을 찾는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거죠." 그는 또한 작사가 대부분이 프리랜서라 연차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고, 개별 작사가를 업의 전문가로 대우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조윤경은 이 업계의 미래에 낙관적이다. "제가 업계 전반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당한 요청이 있다면 동료들이 머리를 맞대며 함께 고민하고, 아티스트를 향한 배려와 곡을 만드는 이들을 향한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결국 업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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