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경계를 넘다, 하이브·이수만의 글로벌 전략

K-팝의 해외 진출이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존의 글로벌 투어와 앨범 유통을 넘어, 주요 기획사들이 현지형 글룹 기획에 나서며 K-팝 시스템의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가 2024년 선보인 캣츠아이(KATSEYE)는 이러한 변화의 가장 주목할 사례다. 캣츠아이는 데뷔 전부터 북미 시장을 정조준하고, 언어·문화·유통 환경이 완전히 다른 서구권을 중심 활동지로 설정한 그룹이다. 하이브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이들을 'K팝 그룹'이 아닌 '글로벌 그룹'으로 포지셔닝했다. K팝의 시스템과 팬덤 전략은 유지하되, 언어와 음악 장르, 콘텐츠의 톤앤매너는 북미 대중음악 시장에 최적화된 형태다. 캣츠아이는 윤채를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 모두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음악적으로도 K팝 고유의 포맷을 따르기보다는 북미 대중음악 시장의 흐름에 맞춘 R&B, 얼터너티브 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세련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다. 데뷔 1집 'SIS (Soft Is Strong)'는 보컬 중심의 프로덕션을 선보였고, 2집 'Beautiful Chaos'에서는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음악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현지화 전략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캣츠아이는 'Beautiful Chaos'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최고 4위를 기록했으며, 1집 119위보다 100계단 이상 상승한 성적이다. 더 진입이 까다로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도 이름을 올렸다. 선공개곡 'Gnarly(날리)'에 이어 후속곡 'Gabriela(가브리엘라)'까지 이례적인 더블 히트를 달성하며 북미 시장의 정서에 효과적으로 안착한 팀임을 입증했다. 특히 캣츠아이는 멤버 메간과 라의 성소수자 커밍아웃을 통해 K팝 산업의 규범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체성의 노출이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K팝 문법 안에서는 보기 힘든 행보로, 이 그룹이 북미 대중문화의 정서에 자연스럽게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협업을 통해 더욱 강화됐다. 게펜 레코드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산하의 레이블로, 미국 현지의 음반 유통망과 음악 산업 인프라에 깊숙이 뿌리내린 기업이다. 하이브의 K팝 제작 역량과 현지 자원이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글로벌 아이돌 시스템이 구현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이수만은 한 발 더 나아가 'A2O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현지화는 그 나라 아이들이 주를 이루는 형태의 팀"이라 정의하며, "원래 65~70세까지만 일하려던 인생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아직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수만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략을 강조했다. "큰 스타는 큰 시장에서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BTS, 블랙핑크 같은 세계 최고의 스타가 나왔지만, A부터 Z까지 전부 다 혼자 할 수는 없다"며 "'A2O MAY(에이 투 오 메이)'를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전 세계를 향해 간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K-팝의 정체성 우려에 대해 "'K'라는 색깔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목표는 세계적인 작품을 만드는 거다"라고 답했다. "음악도 동양음악의 오음계만 갖고 된 게 아니라 보편타당성을 획득한 서양의 8음계를 기본으로 쓰지 않나. 문화는 서로 교류하는 가운데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수만은 국가적 수준의 지원도 제안했다. "K팝이 꽃 피우는 걸 넘어 국가의 부를 이룰 수단이 되게 하려면 한국이 '프로듀싱의 나라'가 돼야 한다"며 "우리가 K팝 종주국으로 주도권을 쥐면 세계 어디서 현지화를 해도 K의 색깔을 띨 수 있다"고 강조했다. A2O엔터에서는 '스쿨'을 운영해 10대 아이들이 음악·디자인·영상 등 다양한 창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결국 캣츠아이와 이수만의 도전은 K-팝이 단순한 국내 산업의 해외 확장을 넘어, 글로벌 음악 산업에 교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K-팝 시스템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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