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해외 매출 사상 최고 vs 기획사 재정 악화…'성장의 역설' 심화

K팝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록적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대형 기획사들의 재정 압박과 산업 구조의 근본적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K팝의 해외 매출은 1조 원(8억 9,000만 달러)을 돌파했다. 2023년 7억 2,000만 달러(약 1조 원)에서 31% 증가한 수치로, 해외 공연과 음반 판매, 스트리밍 수익이 일제히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베스트셀링 아티스트 톱10에 한국 아티스트 4곡이 포함됐으며,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는 드레이크, 더 위켄드 같은 북미 톱스타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 대형 기획사들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BTS를 보유한 하이브는 170,300원으로 전년 대비 34% 하락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70,000원으로 41% 급락했다. 블랙핑크 소속 YG엔터테인먼트는 35,800원으로 무려 51% 곤두박질쳤고, JYP도 53,200원으로 59%나 떨어졌다. 하이브 측은 BTS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인한 신규 앨범 부족과 '신인 발굴·육성 비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K팝 산업의 위기는 중국 시장의 붕괴로도 심화됐다. 중국의 한국 앨범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미국의 한반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THAAD) 배치 이후 중국이 한류를 적극 제재해온 영향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K팝 산업의 '팬덤 착취 구조'다. 음반 초동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팬들은 과도한 소비를 강요받고 있다. K팝 전용 차트 케이팝레이더의 설문 결과, 코어 팬의 81%, 라이트 팬의 55.7%가 원하는 포토카드를 맞추기 위해 동일한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코어 팬과 라이트 팬의 74.4%, 63.3%가 초동 경쟁이 지나치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기획사들의 상술이다. 세븐틴의 베스트 앨범 '17 IS RIGHT HERE'는 동일한 CD 2장이 들어갔음에도 선물 구성품을 다르게 해 6가지 버전으로 판매했으며, 디럭스 버전은 85,800원에 달했다. 모든 구성품이 랜덤인 탓에 팬들은 원하는 조합을 얻기 위해 계속 구매해야 한다. 라이트 팬의 46.4%, 헤비 팬의 70.2%가 랜덤 포토카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부당한 끼워팔기'로 조사 중이다. 어도어(뉴진스 소속사) 민희진 대표는 최근 공개 성명에서 랜덤 포토카드 판매 전략을 비판하기도 했다. 음반 판매량은 연간 1억 장을 넘기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실제로는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5월 도쿄 시부야 거리에는 세븐틴 앨범이 대량으로 버려진 사진이 공개됐다.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구매한 후 버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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