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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세계관의 종말···'OO팝' 시대로 음악 장르 브랜드화

K팝 아이돌, 세계관의 종말···'OO팝' 시대로 음악 장르 브랜드화

한때 K팝의 필수 요소였던 세계관 콘셉트가 점차 음악 장르로 대체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계 외행성 '엑소 플래닛'에서 온 초능력자 엑소,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담은 방탄소년단(BTS), 내 안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에이티즈 등 3~4세대 보이그룹을 이끈 세계관 설정이 '이모셔널 팝', '보이후드 팝', '믹스팝' 같은 음악 장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관은 그룹이나 아티스트가 지닌 하나의 설정이자 콘셉트로, 무한한 상상력으로 K팝 그룹에 스토리를 덧대 독창성을 강화하고 팬덤을 구축하는 장치였다. 특히 K팝 세계관의 시초 격인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는 기억도 초능력도 잃은 채 외계행성에서 지구에 온 스타들이 가요계를 평정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부족한 보이그룹들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팬에게 캐릭터성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팬덤을 모았다. K팝을 지배했던 세계관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세계관 콘셉트를 처음으로 시도한 SM이 가장 먼저 탈피해 새로운 콘셉트 장치를 찾았다. SM이 지난해 데뷔시킨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RIIZE)에는 어떤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없다. 대신 '이모셔널 팝'이라는 생소한 명칭의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를 시작으로 '토크 색시'(Talk Saxy), '러브 원원나인'(Love 119) 등을 내놓으며 착실한 성장 가도를 밟아가고 있다. 라이즈가 강조하는 '이모셔널 팝'은 라이즈만의 독자적인 장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세계관에 얽매인 음악에서 벗어나니 보이그룹의 노래는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라이즈는 멤버들의 성장과 따라오는 다양한 변화를 음악에 담아낼 수 있게 됐기에 소화하는 음악 장르의 폭도 넓어졌다. 올초 발표한 '러브 원원나인'은 밴드 이지이지(izi)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해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톱100'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투어스(TWS)는 '보이후드 팝' 음악을 추구한다. 이 역시 투어스만의 독자 장르로, 1990년대 인기를 얻은 만화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에 모티프를 뒀다. 보이후드 팝은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으로, 소년 시절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포착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담아낸다. 투어스의 데뷔 앨범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소년 시절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며, 대중과의 첫 만남을 앞뒀던 투어스의 현재 마음을 대변한다. 'OO팝'의 시대를 처음 연 건 걸그룹 트와이스였다. 2015년 데뷔 당시 트와이스는 '컬러 팝'이라는 독자 장르를 내세웠으며, 이후 JYP가 엔믹스(NMIXX)로 내세운 '믹스팝'(MIXX POP)은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한 곡에 녹여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는 콘셉트다. 믹스팝은 전혀 다른 노래처럼 들리는 두 개 이상의 멜로디를 한 곡에 차용해 극적인 변주를 주는 장르적 특성을 보유한 반면,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이나 투어스의 보이후드 팝은 '정서'를 관통하면서도 장르적 특성은 '공감 가능한' 듣기 편한 노래들을 모았다는 점이다.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그동안 보이그룹이 코어 팬덤으로 성장을 이뤘으나 K팝이 세계 무대에서 확장하고 틱톡 등 숏폼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대중적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며 "특정 연령, 성별, 인종을 넘어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전략이 이지 리스닝 계열로 브랜드화한 것이 장르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파씨는 음악적인 장르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쪽에 가깝다. 지난해 10월 데뷔한 DSP 미디어의 신인 걸그룹 영파씨는 힙합의 하위 장르인 '드릴'에 대한 진심이 인상적이다. '파씨업'은 드릴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돋보이며, "갱처럼 썼던 마스크 안엔 Barbie" "핑크색을 입은 rambo 총구에선 fire rainbow" 등의 가사를 통해 드릴 장르가 가진 가사적 특성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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