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 투자자 기만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창사 20년 만의 위기

국내 가요 기획사 1위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당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신청했다. 이는 하이브가 창사 20여년 만에 맞닥뜨린 중대한 위기다.
혐의의 핵심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 의장은 투자자들에게 '주식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자신과 관계 있는 사모펀드에 지분을 팔게 한 후, 이후 하이브를 상장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약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안긴 것으로 추정된다.
방 의장은 1972년생으로 1994년 제6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부터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지오디의 '하늘색 풍선', '0%', 비의 '나쁜 남자' 등 히트곡을 제작했다.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독립한 후에도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2AM의 '죽어도 못 보내' 등의 히트곡을 만들며 스타 작곡가로 활약했다.
빅히트는 2013년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 후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회사의 사세는 급격히 확장됐다. 방 의장은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 미국 이타카 홀딩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중소 기획사에서 업계 1위 회사로 키웠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고, 2024년에는 연예 기획사 가운데 최초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현재 방 의장은 하이브 주식 28.8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그가 단순한 오너를 넘어 아티스트와 음악 등 회사의 핵심 지식재산권(IP)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ARIRANG'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제작을 주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초대형 송캠프를 열어 신곡 작업을 이끌었고, 수록곡 'Body to Body'에 아리랑 민요를 삽입하거나 광화문 광장에서 대형 컴백쇼를 개최하는 방안 등 새 앨범의 핵심 아이디어를 냈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코르티스, 르세라핌, 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대다수 그룹의 곡 작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방 의장은 K-팝의 국경을 넘어 현지 가수를 육성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캣츠아이(미국), 아오엔(일본), 산토스 브라보스(라틴 아메리카) 등 여러 현지형 그룹을 선보였다. 그는 캣츠아이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방 의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하이브 내 콘텐츠 생산과 인도·라틴 아메리카 등 해외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의 경영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이브는 연결 기준 연간 매출 2조6천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인 데뷔 비용과 사업 구조 재편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2.9% 감소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컴백이라는 대형 호재와 오너의 사법 리스크라는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방 의장의 변호인 측은 이날 영장 신청에 대해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하여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하이브의 주가는 종가 기준 전날보다 2.35% 하락한 24만9천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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