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4.0 시대 도래…'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역설, 한국 산업 수혜 제한적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글로벌 한류의 성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한국 산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3억1420만 뷰의 기록을 세웠지만, 제작과 투자 주체가 모두 미국 자본이기 때문이다. 제작은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배급과 투자는 넷플릭스가 담당했다. 제작비는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로 추정되며, 직접 투자를 포기하고 제작만 담당한 소니픽처스의 수익은 약 2,000만 달러(약 28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전액 투자 부담을 지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향후 활용 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제작진과 자본은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류 4.0 시대'의 도래라고 진단한다. 한류는 2000년대 초 수출 위주의 1단계, 외국인 멤버 영입이나 현지 회사와의 협업으로 시장을 넓힌 2단계를 거쳐왔다. 3단계에서는 해외 합작 회사 설립 등 제작 시스템 자체를 수출했다. 하이브의 미국 게펜 레코드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가 대표 사례다. 4.0 단계는 투자 자본뿐 아니라 제작 주체까지 현지화한 단계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외에도 최근 공개된 애플티비+ 음악 경연 시리즈 '케이팝드'도 같은 구조다. 한국 문화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사상 최대의 성공을 거두면서도, 제작과 투자에서 한국이 빠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빈약함이 근본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성민 교수는 "이탈리아 사람이 한국식 피자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한국 문화도 이제 'K'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K-팝 팬덤 수익 구조의 변화도 우려 요인이다. 음악 데이터 저널리스트 김진우는 "현지 제작·유통이 활성화할수록 K-팝 팬덤 수익의 핵심인 음반 판매량은 줄고 있다"며 "국내에는 공연장 기반 시설도 부족하니 해외 공연 시장 등 새 수익원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자 측의 수익 침식도 심화되고 있다. 음악 평론가 임희윤은 "K-팝은 이미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창작 수익이 쪼개졌다"며 "한국 창작자들이 강점을 가진 안무 저작권을 새로 도입해 저작권 몫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의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삼일PwC경영연구원의 추정치를 보면, 국내 드라마 방영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3년 123편, 2024년 105편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 기반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노창희 소장은 "국내 콘텐츠 업계 투자 확대와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문화 분야 재정을 늘리고, 영상 콘텐츠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도 상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디어산업컨설턴트 조영신은 "창작자와 넷플릭스의 협상에서 국내 로컬 플랫폼이 전략적 선택지가 돼줘야 한다"며 토종 플랫폼 간 합병 추진과 1사 독주 체제 방지 구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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