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앨범 역성장·팬덤 피로감·실적 악화… K-팝 산업에 적신호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K-팝 산업이 최근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피지컬앨범(실물앨범) 판매량은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섰으며, 업계는 팬덤 사이 누적된 피로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K-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야외 활동이 제약되면서 온라인 공간 속 K-팝 아이돌 콘텐츠에 팬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에 꾸준히 올렸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덤이 성장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회복되면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줄기 시작했다. K-팝 성장 동력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엔데믹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지만, K-팝 시장 전략은 여전히 피지컬 앨범에 집중된 마케팅, 해외로 쏠리는 공연·시상식 등 팬데믹 이전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현재 K-팝 산업은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위기 신호를 곳곳에서 보내고 있다. 피지컬 앨범 판매량 추이를 보면 현황이 명확하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앨범 판매량은 4,670만 3,205장으로 2023년 상반기 5,487만 4,493장보다 14.8% 감소했다. 작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K-팝 앨범 판매량이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3년 상반기 앨범 차트 1~13위까지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렸으나, 2024년 상반기는 앨범 차트 1~9위까지만 100만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앨범도 작년 2건에서 올해는 0건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피지컬 앨범 판매에 집중된 K-팝 산업 마케팅에 팬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팬들 사이에서 K-팝 마케팅 전략에 대한 비판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획사들이 앨범깡(포토카드·팬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한 앨범 구매 행위)을 조장해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나온 바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한 기획사는 2023년 기준 약 1,397톤의 플라스틱을 배출했으며, 이 중 1,249톤(89%)이 소속 가수 앨범이었다. 가요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한 앨범을 가지고 1년을 넘게 활동을 하지만 K-팝은 인스턴트 형태를 띤다"며 "인스턴트 앨범을 내다 보니 경쟁이 붙을 수 밖에 없고 이전 앨범보다 판매량이 높거나 적어도 비슷해야 하니 과도한 마케팅이 팬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앨범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자 소속사는 요즘 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K-팝 해외 매출액 중 해외 공연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음반류 상품 수출은 2022년 대비 작년 13.2% 성장한 데 비해, 해외 공연 매출은 59.8% 증가했다. 음반류 상품 수출은 2020년 폭발적 성장 이후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다. 빌보드 '더 이어 인 투어링'에 따르면 하이브 소속 그룹의 공연 횟수는 2022년 60회였으나 2023년 93회로 증가했다. 블랙핑크 오프라인 공연 횟수는 2022년 24회에서 2023년 38회로 증가했다. 지난해 트와이스 38회, NCT 드림 31회, 에스파 29회, 스트레이키즈 27회, 에이티즈 25회, BTS 슈가 23회, (여자)아이들 22회, 동방신기 20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4회, 세븐틴 18회, 더보이즈 18회, 엔하이픈 18회, 레드벨벳 11회, 있지 10회, NCT 127 9회, 르세라핌 9회 등의 해외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에서도 역시 인스턴트 음악 문화가 문제로 지목된다. 한 가요업계 관계자는 "신곡 발표 때마다 해외 공연을 나가고 여기에 각종 시상식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구조"라며 "한 달 사이 일본에서 20회의 팬미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현지에서 자국 가수보다 더 자주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최근 실적도 산업 전체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남한의 두 번째 규모 K-팝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9.0% 감소한 2,422억 원(1억 7,86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부모회사의 앨범 판매량 감소와 자회사의 판매 실적 악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부모회사의 앨범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35.7% 급감한 729억 원(5,380만 달러)으로 떨어졌다. 신규 앨범 판매량은 3분기 2024년 360만 장에서 전년동기 870만 장으로 급락했다. 다만 공연 사업은 밝은 신호를 보이고 있다. 공연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55.9% 증가한 382억 원(2,820만 달러)을 기록했다. 에스파는 6월부터 9월까지 서울, 일본, 호주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역에서 모든 공연을 완매했으며, 내년 1분기에 미국과 유럽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역량의 축적이나 경제적 파급력을 생각하면 국내 공연문화의 성숙이 우선돼야 하지만, 국내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의 경우 공연장이 부족해 공연을 잡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3만석 이상 되는 전문 공연장이 없는 데다, 경기장을 대관하더라도 잔디 훼손 등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가요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대만만 하더라도 수도와 떨어진 가오슝을 문화 도시로 만들면서 대형 공연장을 세웠다"며 "대관비를 받지 않는 대신 팬들이 몰리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쪽을 택했는데, 우리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여긴다면 민간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정부의 정책·지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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