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뮤직비디오, 국내외 감독과 플로리스트들이 '영상 미학의 종결지' 만들다

시각 예술에 관련한 모든 기술과 인력들이 케이팝 뮤직비디오 신으로 집중되고 있다. 케이팝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지위를 확보하면서 국내외 저명한 시각 예술가들이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케이팝 뮤직비디오 신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제작사는 리전드필름이다. 윤승림 감독과 장동주 감독이 공동 대표를 맡은 이 회사는 아이브의 '해야', 에스파의 'Armageddon' 등을 제작하며 가장 주목받는 케이팝 뮤직비디오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트와이스의 'Alcohol-Free', 청하의 'Snapping' 등 국내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거쳐, 에스파의 'Armageddon'과 XG의 'TGIF' 작업 이후 업계 최고의 위상을 얻게 됐다. 에스파가 표방하는 메탈릭하고 서늘하며 강렬한 분위기, XG가 추구하는 현란하고 키치한 분위기가 각 뮤직비디오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현재 에스파의 'Armageddon' 뮤직비디오는 1억 1,000만 회, XG의 'TGIF'는 2,433만 회 조회를 기록했다. 포토그래퍼이자 브랜드 쿠시코크의 디렉터인 조기석도 케이팝 신에서 주목할 비주얼 디렉터다. 레드벨벳, 르세라핌 등 주요 걸그룹이 그와 협업해 디스코그래피의 분위기를 담은 콘셉트 포토를 촬영했다. 조기석 특유의 환상적이면서도 서늘한 색감이 걸그룹들의 소녀 이미지와 어우러져 기이하고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르세라핌의 정규 1집 'UNFORGIVEN' 콘셉트 포토 공개 당시 많은 이들이 작가로 조기석을 지목할 정도였다. 그가 비주얼 디렉터로 참여한 뮤직비디오는 XG의 'GRL GVNG', 'WOKE UP', 'HOWLING'으로, 특히 'WOKE UP'에서는 XG의 멤버 코코나의 삭발 장면이 삽입돼 케이팝 뮤직비디오 역사에서 전례 없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프로듀서, 뮤지션인 이수호는 2020년대 케이팝 신에서 흥미로운 작업들을 다수 선보였다. CL의 'Spicy', 우원재의 'Job', 새소년의 '자유' 등을 통해 독창적인 감각을 펼쳤다. 그가 속한 얼터너티브 케이팝 크루 바밍타이거 또한 재미있는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팀이다. 바밍타이거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음악과 영상이 별개로 작동하는 통속적인 느낌을 넘어, 팀의 종합적 재치가 한 영상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 감독 페나키가 연출한 바밍타이거의 'Armadillo'(2020)와 'Sexy Nukim'(2023)은 각각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로 선정됐다. 플로리스트 신선아도 BTS, Seventeen 등 케이팝 슈퍼스타들의 세트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비주얼 표현을 강화하고 있다. 신선아는 꽃 스튜디오 중록화를 운영하며 공간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의 설치미술은 꽃으로 렌더링된 토네이도, 자주색 꽃으로 피어난 지붕, 뒤집혀진 꽃의 풍경 등 중력을 거스르며 복잡한 기술적 인프라를 숨기고 있다. 신선아는 미국 서부의 과도하게 화려한 꽃들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재료, 특히 소박한 야생화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음의 공간과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면서 겸손하고 소박한 느낌의 꽃 배치를 추구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대의 시각 예술가들이 케이팝 뮤직비디오 신으로 집결하면서 뮤직비디오는 단순 음악의 시각적 보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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