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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든 20·30 여성들, 탄핵 광장을 점령하다

응원봉 든 20·30 여성들, 탄핵 광장을 점령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의 광장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수놓여졌다. 집회 6일째인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만 명의 시민이 모였으며, 이 중 20·30대 여성들의 대거 참여가 주목을 받았다. 집회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아이돌 응원봉이었다. 시민들은 NCT의 응원봉에 '탄핵'이라는 문구를 적거나, '윤석열 OUT', '계엄? 이것 뭐에요?', '응원봉을 든 오타쿠 시민연대' 등의 문구가 적힌 별 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함성을 외쳤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밈을 활용한 플래카드들도 대거 등장했다. 기존 아이돌 덕질 문화도 탄핵 시위로 자연스럽게 이전되었다. '응꾸(아이돌 응원봉을 커스터마이징하는 문화)'는 탄핵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변모했으며, 근조화환을 정치인에게 보내는 시위 방식도 아이돌 팬덤의 항의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한 시민은 "(아이돌) 소속사에 보낼 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저렇게 부수며 분노한 모습을 보니 쾌감을 느낀다"고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위 현장을 수놓은 노래도 민중가요가 아닌 K-POP이었다. 참가자들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블랙핑크 로제의 'APT',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샤이니의 '링딩동' 등 인기곡을 탄핵 정국에 맞게 개사해 부르며 응원법과 화음을 넣기도 했다. 음악비평가 임희윤은 "K-POP의 빠른 비트, 중독성 있는 멜로디, 감정적 고양감은 집회 현장의 분위기를 에너지 있게 만드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일부는 아이돌 노래와 응원봉 중심의 시위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참여자들은 반박했다. 18세 이이레 씨는 "젊은 세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응원봉을 들고 축제처럼 시위를 즐긴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선동당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주은우 교수도 "드러나는 방식이 다를 뿐 기본적인 시위 목적은 같다. 예전 집회는 엄숙주의적 태도가 지배적이었다면 지금은 다같이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성 청년들이 탄핵 시위에 대거 참여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안티 페미니즘 정치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었고, 취임 후 2년 반 동안 여성폭력 예산 대폭 삭감,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 삭제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런 정책에 호응한 사회적 백래시로 페미니스트 피해자들의 범죄도 잇따랐다. 특히 2015년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2017~2018년 '#미투' 운동, 2020년 '#사법부도_공범이다' 해시태그 운동 등 지난 10년간 X(구 트위터)와 SNS를 중심으로 전개된 디지털 페미니즘의 축적이 이번 탄핵 시위로 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시대의 페미니즘』 공저자 김미현 씨는 "윤석열 정부는 안티페미니즘으로 당선되고 유지된 정권이다. 최근 페미니스트라고 폭행당하거나 취업에서 거른다는 이야기들이 여성들로 하여금 이 정부가 정말 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POP 팬덤과 페미니즘의 교점은 바로 X였다. 디지털 페미니즘을 거치며 2030 여성들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고, 아이돌 팬덤 내에서도 페미니즘적 문제로 갈등과 분열을 겪으며 성숙해졌다. 『퀴어돌로지』 공저자 연혜원 씨는 "아이돌 팬들이 팬이자 페미니스트라는 이중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페미니즘이나 소수자 이슈에 대해 축적된 자원이 이번 기회로 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참가자는 "집회에 케이팝 응원봉이 절반 이상 되는 것 같다"며 "정말 많은 여성이 집회에 참여하고, 밤샘 보초를 서는 것을 보면서 무력에 빠지지 말고 희망하고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응원봉은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의 매개체가 되었으며, K-POP 팬덤 문화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 참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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