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20개 난립에 부실 계약·낡은 제도"…K-pop 산업 체계적 개혁 촉구

K-pop이 1조 원대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시상식 난립, 계약 부실, 낡은 제도 지원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8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최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가 주관한 '지속가능 K-팝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시상식 난립으로 아티스트·팬 피로도 극심** 현재 국내 대중음악 시상식은 20개 이상으로 난립해 있다. 권일운 하이브(HYBE) 팀장은 "시상식은 음악산업 종사자에게 의미 있는 행사지만 우후죽순처럼 수가 늘어나며 현업 종사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매번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아티스트와 창작자들은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더 심각하다. 많은 시상식이 티켓 판매 목적으로 해외 공연 형태로 개최되면서 가수와 기획사의 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행사는 팬심을 무리하게 악용해 K-pop 이미지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서병기 코리아헤럴드 기자는 "BTS 인기 상승에 편승해 K-pop 시상식도 늘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2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동남아에서 개최된 모 공연은 티켓 가격이 59만 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시상식 통합 등으로 행사 수를 줄이고 'K-pop 그래미' 같은 권위 있는 시상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용민 변호사는 "시상식 당사자들간 사전 표준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동방신기 사태' 이후 15년, 여전한 계약 부실** 2009년 동방신기의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분쟁("노예계약" 논란)은 K-pop 산업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13년 전속계약, 과도한 위약금, 앨범 50만 장 미만 판매 시 수익금 전무라는 조항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정했고, 계약 기간 기준이 '7년'으로 정해졌다. 연습생 비용 사전 청구 금지, 정산 자료 공시 의무화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2021년 이달의 소녀 멤버 츄는 불공정 정산 계약으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최근에도 엑소 유닛 첸백시는 "노예계약"을 주장하며 SM엔터테인먼트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표준계약서 자체도 문제다.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는 "표준계약서는 연습생과 아티스트가 '용역'을 제공한다고 명시하면서도 이들의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기획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은 것에서만 분배하는 구조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획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명시한 규칙마저 부속합의서에 독소조항을 숨겨 회피하는 실정이다. **뮤직비디오 심의·조세 제도도 '구시대적'** 뮤직비디오를 영화 비디오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심의 제도도 개선이 시급하다. 5분 이하 분량인 뮤직비디오에 2시간대 영화 규정을 적용하면서 절차가 복잡해져, 많은 아티스트가 유튜브를 선호하게 됐다. 신지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룹장은 "국내외 플랫폼 간 심의 절차 차이로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 뮤직비디오 제공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BTS 정국의 '드리머스(Dreamers)'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가장 늦게 오픈됐다"고 지적했다. 조세 지원도 제조업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음악산업이 소외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박윤석 부연구위원은 "음악산업에도 R&D처럼 정부가 지원할 수 있어야 K-pop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음악산업에 특화된 조세지원 제도를 시급히 마련하고 영세한 음악창작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환급가능한 세액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최수진 사무관은 "시상식이 본래 목적에 맞게 권위 있게 정립돼야 하고 뮤직비디오 심의제와 조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반영해 충분히 검토하고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하·김승수 의원도 "22대 국회에서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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