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계약분쟁·팬 중복구매 강요·아이돌 학대, K-pop 산업의 구조적 위기 심화

K-pop 산업이 여러 구조적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계약 분쟁에서 팬 착취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가 대두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사건은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와의 계약 분쟁이다. 2025년 1월, 뉴진스는 전속계약 분쟁 중인 어도어를 비판하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으며, 새 그룹명 모집에까지 나섰다. 뉴진스 멤버들의 주장에 따르면 계약이 2024년 11월 29일 자정부터 해지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관계자는 뉴진스가 "채권이행계약서와 투자계약서 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뉴진스의 입장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으나, "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고, 사회생활이 전혀 없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이 분쟁에 나서면서 법적 책임이 모두 멤버들에게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는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나서면, 혹자들에게는 마치 대중에게 여론전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걸 가장 말려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민희진(어도어 전 대표)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우려는 업계 투자 심리의 위축이다. 음콘협은 "통보로 계약이 해지된다면, 누가 K-pop 시장에 투자하겠냐"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큰 불안정성이 있는 산업에 건강히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고 경고했다. '템퍼링(tempering, 계약 침해)' 개념 자체도 모호한 상황이다. 뉴진스 멤버 친척 A씨와 민희진이 다보링크 실소유주 B씨와 만난 사실이 보도되었고, B씨가 이들에게 뉴진스를 데려나올 방법을 물어봤다는 주장이 있지만, A씨와 민희진이 "원래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현행법으로는 템퍼링 입증이 어렵다. 음콘협은 지난해 12월 템퍼링 의혹에 휘말린 아티스트에게 순위 집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팬들을 향한 착취 관행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본인 가토 아야메(21)씨는 지난 8월 한 K-pop 보이그룹의 앨범 30장을 약 100만원에 구입했다. 대학생인 그는 아르바이트 3개를 동시에 하며 돈을 모았고, 팬사인회(팬싸) 응모권을 얻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에도 비슷한 개수의 앨범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pop 산업이 팬들의 중복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멤버 개인 카드를 무작위로 삽입하는 '랜덤 포토카드'(포카)로, 앨범마다 2~3개씩 들어있다. 팬들은 모든 멤버 포카를 모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 둘째, 표지만 다르게 한 앨범을 여러 장 발매하는 방식으로,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셋째, 팬사인회 당첨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팬들이 더 많은 앨범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해외 팬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 심각하다. K-pop 팬들이 모여 결성한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에 소속된 인도네시아 활동가 누하 이자투니사(28)씨는 "영상통화 팬싸에 참여하려고 앨범을 150장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150장 구매에 약 285만원이 소요되는데, 인도네시아 사회 초년생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이 돈을 벌려면 하루 8시간씩 10개월 이상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X(옛 트위터)에는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했다는 해외 팬들의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온다. 한 중국 팬은 "8,377장을 구매했다"며 구매 확인서와 앨범 상자가 쌓인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간업자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해외 팬들의 주문을 받아 앨범을 대신 구매한 후 랜덤 포카만 모아 배송하고 실물 앨범은 폐기한다. 문제는 이 관행이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빌보드는 지난 6월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 때문에 CD를 구매한다"고 비판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이 관행을 모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이 한국 걸그룹과 협업한 후 자신의 신보에 랜덤 포카를 선보였고, 이에 팬들은 "K-pop 상술이 해외로 수출됐다"며 자조 섞인 비판을 제기했다. 음악 관련 단체 '뮤직 서스테이너빌리티 얼라이언스'의 커트 랭어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국회 포럼에서 "2025년 상반기 빌보드 차트 '톱10' 앨범은 평균 22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2010년대 K-pop에서 시작된 관행"이라며 "K-pop의 마케팅 관행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음악산업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학대 혐의도 불거졌다. 전 U-KISS 멤버 신동호가 전 아내 A씨로부터 부정행위, 학대, 그리고 성매매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소셜미디어에 의혹을 제기하는 텍스트 메시지 스크린샷을 게시했으나, 현재까지 경찰에 공식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공식 고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동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나, 사건은 온라인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신력 있는 차트들이 순위를 매길 때 '랜덤 구성물'이 있는 앨범에 불이익을 주는 것과 같은 차트 집계 방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꼼수 마케팅은 결국 K-pop에 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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