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K-팝 역사 다시 쓰다…가상 아이돌이 현실 그룹 기록 넘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떠올랐다. 6월 20일 공개 이후 90개국 이상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했으며, 40개국 이상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7개 나라에서 공개 당일 1위를 차지했고, 최근 기준으로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1위를 유지 중이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음악 차트에서 나타났다. 케데헌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2위에 올랐으며, OST에 수록된 8곡이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동시 진입했다. 애니메이션 OST 앨범 수록곡 전체가 차트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극중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핫 100에서 23위에서 6위로 15계단 상승했으며, 빌보드 글로벌 차트와 글로벌 200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두 차트 신설 이후 가상의 아티스트가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극중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은 스포티파이 미국 일간 차트 1위를 기록, K-팝 그룹으로는 최초의 쾌거를 이뤘다. 이는 현실의 방탄소년단(BTS) 기록을 넘어서는 성과다. 이 곡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공개 91일간의 시청 기록으로는 8,000만뷰를 기록했다. 비교하자면 '오징어 게임' 시즌3은 같은 기간 1억 2,200만뷰를 기록했다. 현실의 K-팝 아이돌들도 케데헌에 열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정국은 7월 14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영화의 엔딩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 진우가 루미를 보호하려다 사라지는 장면에서 감정을 드러냈고, 사자 보이즈의 '소다팝'을 직접 불렀다. 마마무의 솔라,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권진아, A.C.E의 준히, 에픽하이의 태블로 등 여러 K-팝 아티스트들이 영화 사운드트랙 곡들의 커버 영상을 공개했다. 권순일의 커버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250만뷰를 돌파했고, 니뮤엑스의 릴리가 부른 '골든'은 틱톡에서 1,000만뷰를 넘겼다. 케데헌의 성공 뒤에는 정교한 제작진의 기획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이재(EJAE, 김은재)가 '골든', '하우 잇츠 던', '유어 아이돌' 등을 작사·작곡했으며 직접 루미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재는 과거 외할아버지인 배우 신영균과 함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랙핑크를 만든 프로듀서 테디와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곡가들이 제작에 참여했고, 트와이스 멤버 지효·정연·채영이 헌트릭스의 곡 '테이크다운'을 불렀다. 영화 제작진의 한국 문화에 대한 세밀한 이해도 호평을 받았다. 캐나다로 이민간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케데헌은 한국 무속 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뤘다. 헌트릭스는 무당의 후예라는 설정으로, 공연 전 컵라면을 먹거나 목 아플 때 한약을 마시는 등 한국 정서가 생생하게 담겼다. 제작진들은 한국에 직접 방문해 한옥부터 한식까지 체험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주인공들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는 전통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전통 요소는 기념품 판매로도 이어졌다.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국립중앙박물관 배지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으며, 박물관은 전통 요소를 살린 기념품 제작과 참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노래하는 배경이 된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다팝' 챌린지는 SNS를 통해 확산됐다. 원작 안무가 하성진을 비롯해 투어스, 제로베이스원 등 실제 아이돌들이 참여했으며, 캐릭터와 똑같은 의상과 헤어 스타일로 케데헌 실사판이라며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는 '골든'을 내년 아카데미상 오리지널 주제가상 후보로 출품할 계획을 밝혔다. 케데헌의 성공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재확인시켰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한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주류 문화로 접어든 게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K-콘텐츠의 성공 비결로 '한국적 배경으로 보편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능력'을 꼽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케데헌'을 주요 칼럼의 주제로 다루며 K-팝의 메인스트림화를 입증했다. 더불어 한국 무속 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캐나다와 미국 등 해외 지역에서는 한국 점집이 관광지로 떠올랐으며,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점집 방문이 인기 관광 코스가 됐다. 국내에서도 '견우와 선녀' 등 무속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하며 무속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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