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허구의 K-팝 밴드로 BTS·블랙핑크 제치고 빌보드 1위 석권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후 13일째인 7월 2일까지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굳건히 지켰으며, 현재 33개국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극의 설정은 신선하다. 국제적 인기를 자랑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세 멤버 루미, 미라, 조이가 실은 악령을 사냥하는 '데몬 헌터'라는 것. 이들이 맞서는 상대는 악귀들이 만든 가상 보이밴드 사자 보이즈로, 극 중 벌어지는 아이돌 인기경쟁과 음악 대결이 핵심 스토리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음악 차트 기록이다. 극 중 사자 보이즈의 곡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미국 스포티파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K-팝 보이밴드 중 스포티파이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2020년 기록한 3위를 넘어선 것.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스포티파이 2위에 올랐으며, 이는 블랙핑크를 제치고 여성 K-팝 그룹의 최고 기록이다. 7월 5일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OST 앨범이 8위로 데뷔했으며, 올해 발매된 OST 중 최초의 톱 10 진입이다. 이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의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다. 감독은 넷플릭스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K-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며 "악귀 디자인이 멋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데몬 헌터'는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라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때 K-팝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극 중 곡 제작에는 테디를 비롯해 빅뱅, 블랙핑크 음악을 만든 현역 K-팝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다. 더블랙레이블 작곡가들,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린드그렌, 그래미 후보 작곡가 스티븐 커크 등이 함께했다. 헌트릭스의 '테이크 다운'은 트와이스 정연, 지효, 채영이 직접 녹음한 버전이 OST에 수록됐으며, 이 영상은 틱톡에서 1,7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역 K-팝 아이돌들도 참여와 응원으로 열광을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 RM은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소다 팝' 안무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정국은 "(영화가) 재미있지 않냐"며 자신도 영화를 봤음을 언급했다. 제로베이스원의 '소다 팝' 챌린지 영상은 틱톡에서 1,000만 조회수를 넘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한복 차림으로 '이터널리'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버전으로 재해석한 영상을 공개해 매기 강 감독의 감사 표현을 받기도 했다. 한국 전통문화 요소의 정밀한 표현도 글로벌 호평의 핵심이다. 주인공 루미가 악령과 맞설 때 사용하는 검은 조선시대 국가유산 '사인검'을 본뜬 무기로, 악귀를 물리치고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을 담고 있다. 검날에는 하늘 전체를 상징하는 동양의 전통 별자리 28수가 새겨져 있다. 극 중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등극한 호랑이 '더피'는 조선 후기 민화 '작호도'(호랑이와 까치를 함께 그린 그림)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민화 속 귀여운 호랑이의 전통적 인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로, 서구에서는 신비롭고 차별적인 매력을 제공한다. 더피와 함께하는 까치 '수씨'도 같은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이 캐릭터들의 인기로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숍의 '까치 호랑이 배지' 접속자가 하루 6만 명에서 최대 26만 명으로 급증했다. 헌트릭스의 공연 무대 바닥에는 옛 궁궐의 단청 문양이 그려져 있고, 배경에는 조선시대 왕의 어좌 뒤에 놓이던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단청은 악귀를 막는 의미를 담은 장식이며,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로 왕과 자연, 우주의 조화를 상징한다. 샤머니즘박물관 관장이며 평생 무속을 연구해온 양종승 박사는 "한국인의 삶과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원형적 설화를 구전으로 전승 해온 것이 바로 무속"이라며 "한국 신화·전설에서 모티프를 찾으려면 무속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속이 과거 유교문화와 일제, 근대화 과정에서 억압당했으나 21세기에 와서 역설적으로 과학 발전으로 미지의 영역이 늘어나면서 영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 매기 강은 원조 데몬 헌터가 무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굿은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며, 한국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수퍼히어로와 연결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가 SNS에 남긴 "Huntrix didn't just save the world, they also saved my Spotify Wrapped"(헌트릭스는 세계만 구한 게 아니라 내 스포티파이 랩드도 구했어)라는 문장은 K-Pop Demon Hunters가 현재의 세계와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역 창작진과 아티스트를 앞세워 기존 K-팝 팬에게 이질감 없는 K-팝을 창작한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OST 앨범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기존에 K-팝을 즐기던 팬덤이 움직였다는 의미"라며 "K-팝을 전면에 내세우고 진짜 K-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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