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덤 시대 K-pop 산업 재편…국내 차트 영향력 감소, CJ ENM 플랫폼 전략 강화

K-pop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확립되면서 한국 음악 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음악 차트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한편, 스포티파이·빌보드 같은 글로벌 플랫폼 중심의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멜론, 지니, 버그스, FLO 같은 한국 음악 차트는 더 이상 K-pop 주요 기획사들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팬들이 국내 차트보다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성과를 중시하면서 BTS가 미국 음악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춘 이후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주요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K-pop 아이돌의 성공이 해외 차트 성과로 더 많이 측정되면서 팬들이 국내 음악 차트에 관심을 덜 두고 있다"며 "또한 한국 음악 플랫폼 이용자의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멜론 차트는 G-드래곤의 'Too Bad', 조재즈의 'Don't You Know (Prod. Rocoberry)', 황가람의 'I Am a Firefly'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차트의 위상이 약해진 동시에 주류 K-pop 팬덤의 관심 이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음악평론가 임희윤은 이 현상을 K-pop 아이돌들이 해외 시장에 집중하면서 생겨난 공백으로 진단했다. "과거 아이돌 팬덤이 활발할 때는 대량 구매와 스트리밍으로 국내 차트 성공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스포티파이, 틱톡 같은 플랫폼으로 팬들이 이동하면서 차트 성과를 반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멜론의 조사에 따르면 K-pop 아티스트들은 점점 더 글로벌 어필력 있는 곡을 발표하고 해외 공연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인사들은 국내 차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인 그룹과 중견 아티스트들에게는 여전히 필수 기준이다. "K-pop의 본거지는 한국이고, 트렌드가 여기서 시작되며 멜론이 출발점"이라는 대형 기획사 관계자의 언급이 이를 방증한다. 임희윤은 또한 국내 기반 없이 너무 일찍 글로벌 성공을 노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기획사는 글로벌 사운드를 바로 추구하며 해외 주류 시장 진출을 꿈꾸지만, BTS 정국이나 블랙핑크 수준이 아닌 이상 거의 성공하지 못한다. 해외에서 K-pop은 여전히 서브컬처의 일부일 뿐 주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산업 변화 속에서 CJ ENM은 콘텐츠-플랫폼-커머스로 이어지는 삼각 전략을 제시하며 K-pop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한 'MUSIC 미디어 라운지'에서 CJ ENM은 Mnet 개국 30주년을 맞아 자사 음악 사업의 글로벌 비전을 공개했다. CJ ENM은 지난 30년간 300명 이상의 연출 인력과 25개 자체 스튜디오, MAMA·KCON 같은 대형 오프라인 IP를 통해 글로벌 음악 시장에 입지를 넓혀왔다. 이를 바탕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레이블, 콘텐츠, 팬덤으로 이어지는 음악 창작 생태계(MCS)를 구축했다. 이번에 공개된 전략의 핵심은 멀티 레이블 체계 강화, 제작 포맷 다변화, 팬덤 플랫폼 고도화다. 웨이크원과 일본 라포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레이블 확장과 함께 연내 또 다른 글로벌 합작 레이블 출범을 예고했다. 한국 프로듀서와 해외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지역별 K-pop 현지화 모델이 될 전망이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이즈 투 플래닛', 애플TV+와의 공동제작 'K팝드', '힙합 프린세스' 등 다양한 장르와 포맷이 선보여지고 있다. 방송사 중심에서 벗어나 OTT와 글로벌 협업 기반의 콘텐츠 실험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전략의 중심은 팬덤 앱 '엠넷플러스'다. 기존 팬 커뮤니티 기능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팬터랙션, 커머스를 통합한 확장형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현재 가입자 2,7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MAU) 700만명, 누적 투표 3억2천만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4월 24일에는 굿즈 커머스 '엠넷플러스 머치(Merch)' 베타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산업 동향과 별개로 K-pop 주요 기업들도 글로벌 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고 있다. 4월 7일 '블랙먼데이'에 코스피가 5.57% 하락했을 때 HYBE는 5.89%의 낙폭을 기록하며 시장 평균을 하회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K-pop 산업에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세대 아이돌 시대 걸그룹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론가 김윤하는 "4세대 걸그룹은 유행, 인기, 음악차트, 팬덤 등 하나도 빠짐없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기획사에서도 걸그룹에게 복합적이고 도전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팬덤이 강하다는 것은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고, 응집력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고 있어서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pop의 현지화 아이돌이 늘어나는 현상도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대형 기획사까지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으나, 평론가들은 K-pop의 성공 비결이 한국의 시스템 그 자체에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팝은 단순히 코리안(한국인)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긍정적이고 부정적이며 물리적이면서 정신적인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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