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공 이면의 균열…케이팝 '창의적 정체기' 논쟁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가 올해 정점에 달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2025년, 케이팝은 내면의 악마와 싸웠다"며 "화려한 성취의 이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뉴진스와 어도어(하이브) 간의 전속 계약 소송 분쟁을 사례로 들며, 뉴진스가 "지난 몇 년간 가장 혁신적인 행보를 보인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케이팝의 진정한 저력과 성장의 향방이 법정에서 가려지고 있다"며 "뉴진스 사태는 사업과 예술 두 측면 모두에서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0년간 케이팝은 소수 거대 연예 기획사의 하향식 구조를 통해 성장해왔다"면서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독창적인 색깔을 지닌 그룹이 활동을 지속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대 기획사 소속 그룹들이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케이팝이 '창의적 정체기'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방탄소년단(BTS)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내년이 업계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겠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스템 밖에서의 혁신도 눈에 띈다. NYT는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케이팝 대중화의 상징적 사례로 꼽으며 "(케데헌의 성공은) 케이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 양식으로 전 세계에 뿌리 내렸음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기획사 밖에서 활동하는 에피(Effie), 더 딥(the Deep) 같은 젊은 한국 아티스트의 도발적 시도도 긍정적인 신호로 꼽혔다. 하이브와 미국 게펜 레코드의 합작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아파트(Apt.)'의 흥행도 주목할만 하다. NYT는 이를 "케이팝이 주류 장르로 자리잡으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케이팝 산업이 내부적인 피로감과 불안을 견디는 사이, 이를 뒤엎을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국내 음악 평론가들 역시 케이팝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음악 평론가 김윤하는 케이팝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다양성을 찾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고, 김도헌 음악 평론가 역시 케이팝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지나치게 표준화돼 지루해졌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신인 걸그룹들인 아일릿, 베이비 몬스터, 하츠투하츠, 미야오, 이즈나 등은 노래와 콘셉트, 멤버 구성, 성장 전략에서 차이점이 있어 획일화됐다는 주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보이그룹은 상대적으로 시장 방어가 잘 이뤄지고 있다. 올해 걸그룹은 에스파, 아이브 단 두 그룹이 초동 백만 장을 넘었으나, 보이그룹은 스트레이키즈가 300만 장, 세븐틴이 250만 장을 판매했다. 평론가들의 '위기' 담론과 달리 케이팝의 '위기'가 젠더를 매개로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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